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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물가'에 다시 일거리 찾는 미 고령층

고준혁 기자I 2022.04.12 12:01:03

55세 이상 경제활동참여율 38.4%→38.9%
"인플레 충격에 고령층 일자리 복귀 중"
코로나19 이후 조기은퇴 급증과 대조적
"노동력 부족, 임금 상승 완화엔 '긍정적'"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남편 머리까지 내가 직접 자르는데도 생활비가 모자란다.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올해 만 57세의 전 법률 보조원 리사 퍼셀씨는 20년 만에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은퇴 후 오랜 기간 전업주부로 생활해왔으나 최근의 살인적인 물가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물가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은퇴한 고령층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거나 은퇴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작년 10월 38.4%에서 6개월 만인 지난달 38.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직업을 얻게 된 55세 이상 인구는 48만명을 기록,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 6개월(18만명)에 비해 큰 폭 늘었다. 경제활동참여율은 전체 인구 대비 일하고 있거나 일하길 원하는 구직자를 합한 인구 비중을 뜻한다.

경제 자문 기업 RSM US LLP의 조셉 브루스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고정 수입으로 살아가려던 고령층이 다시 일자리에 복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이 실제 고령층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2분기 5%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월 7.9%를 기록해 4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12일 발표될 3월 CPI가 8.4%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에 은퇴 인구가 일터로 돌아오는 현상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년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봉쇄조치가 강화되고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조기은퇴하는 고령층이 급증했다. 세인트루이트 연방은행의 미구엘 파리아에 카스트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2월~10월 미국에서 260만명이 조기 은퇴를 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다시 일해야 하는 고령층 개인에게는 고통일 수 있지만, 경제활동참여율이 상승하는 점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노동력이 강화되면 경제 성장 전망이 향상되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임금 상승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미국 전 연령의 경제활동참여율은 61.7%에서 62.4%로 상승했으며, 3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5.6%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인 2월 5.7%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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