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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호흡기에 필기도 못하지만"…`근육 장애` 딛고 검정고시 합격

신중섭 기자I 2020.06.15 12:00:00

근육장애 배현우씨 고졸 검정고시 3개월 준비에 합격
"사이버대서 사회복지학 배워 장애인 도움주고파"
올해 첫 서울 초중고 검정고시 합격률 83.78%
최고령 합격자 83세, 최연소 11세…모두 초졸 합격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사이버대로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배워 저 같은 고위험 중증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올해 첫 서울시교육청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배현우(36)씨는 24시간 호흡기를 착용하고 누워 생활해야 하는 근육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배씨는 지난 2017년 초졸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2018년엔 중졸 검정고시, 올해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근육장애인 배현우(36)씨가 지난달 23일 치러진 올해 제1회 검정고시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교육청)
배씨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고졸 검정고시까지 준비할 생각은 없었다”며 “함께가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소장과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위원장 등 외부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면서 무엇이라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이번 검정고시에 응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동이나 면역력 문제로 학원 현장에서의 공부가 힘든 배씨 홀로 하루에 4~5시간씩 인터넷 강의를 보며 공부했다. 근육 장애 때문에 손으로 수학 계산을 하지 못해 오로지 암산만 해야하는 어려움이 가장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즈음부터 공부를 시작해 약 3개월 만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배씨가 시험을 치르는 데는 서울시교육청의 `찾아가는 검정고시 시험 서비스`의 도움이 컸다. 배씨는 근육장애로 이동이 어려운 데다 면역력이 약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검정고시 시험서비스는 고사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지체장애인 응시자를 대상으로 자택이나 복지관을 고사장으로 별도 운영하는 서비스다.

배씨는 “외부활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인 만큼 전국적으로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며 “여건 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전이나 대학 진학은 힘들지만, 사이버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보다 전문성을 갖춰 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올해 제1회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총 4939명이 응시해 4138명이 합격했다고 15일 밝혔다. 합격률은 △초졸 95.74% △중졸 86.05% △고졸 81.87% 등 총 83.78%였다. 최근 3년간 검정고시 합격률(1·2회 합계)은 △2019년 79.06% △2018년 74.52% △2017년 77.99% 등이었다.

최고령 합격자는 △초졸 김금자(83)씨 △중졸 김신환(75)씨 △고졸 김모(78)씨 등이었다. 최연소 합격자는 △초졸 유찬희(11)군 △중졸 최서욱(12)군 △고졸 안지수(13)양이 차지했다.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통해서는 배씨와 뇌병변 장애인 심모(33)씨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합격증서를 대면으로 교부하진 않는다. 대신 신청자에 한해 우편으로 합격증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합격증서 우편교부 신청 기간과 방법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합격증명서와 성적증명서, 과목합격증명서 발급은 합격자 발표 이후 `서울특별시교육청 홈에듀민원서비스`에서 본인 공인인증서로 로그인 후 발급 받을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행정실과 교육지원청 민원실을 통해서도 발급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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