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정책자금 '빨간불'…커진 부실에 재정 '흔들'

김호준 기자I 2021.08.20 15:15:28

국회 예정처, 소상공인 정책자금 분석
지난해 소진공 '직접대출' 규모 1조 이상 증가
부실 건수 및 규모도 두 배가량 급증
"소상공인 경영악화 지속, 추가 부실상승 요인"

지난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정책자금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담보력이나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을 위해 보증기관이나 은행을 거치지 않는 ‘직접대출’ 규모를 대폭 늘렸지만, 부실 규모도 덩달아 커지며 향후 대출 운영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0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의 직접대출 잔액 규모는 총 2조 8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 7240억원) 대비 1조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직접대출은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고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받는 ‘대리대출’과 달리, 담보력이나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직접 대출하는 방식이다. 1.5% 안팎의 저금리에 무(無)담보로 자금을 공급해 저신용 소상공인이 대거 몰렸다.

문제는 대출 규모가 커진 만큼 부실(연체 90일 이상 및 회생·파산, 폐업 등) 위험 역시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 해 발생한 직접대출 부실 건수는 5092건으로, 2019년 발생한 부실 건수(2710건)의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실 금액도 1358억원에서 2067억원으로 52.2%나 증가했다.

국회 예정처는 “직접대출은 정책자금 취지에 따라 저신용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이 상당하고, 무보증으로 대출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있다”며 “융자사업 부실 규모가 증가하면 사업 재원인 융자 원리금 회수실적이 감소해 대출공급 규모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내에 대출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진공이 직접대출 규모를 늘린 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다. 당시 소진공은 1000만원 한도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을 직접대출 방식으로 총 7723억원을 공급했다. 이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 신용 5등급 이하가 전체 80%를 차지하며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처럼 직접대출 효과를 본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은 직접대출을 올해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자금 소진으로 직접대출이 일시 중단됐지만, 중기부와 소진공은 연말 불용예산 3000억원을 모아 직접대출을 재개했다. 당시 자금난에 빠진 소상공인이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마비되고, 자금은 5시간 만에 동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올해도 중기부는 1조 2000억원 규모 예산을 통해 직접대출 방식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를 진행 중이다.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 업종 소상공인에게 1.5% 저금리로 최고 2000만원까지 빌려준다. 지난달 말 기준 1300억원 이상 규모 대출 신청이 들어오며 빠르게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거리두기 4단계 등으로 결국 폐업을 선택하거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정책자금 운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진공 관계자는 “저신용 소상공인 지원 자금이 대규모로 긴급히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부실 건수 역시 커지고 있다”며 “향후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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