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05달러로 2년 8개월 만에 7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이후 40%를 훌쩍 넘는 상승세다. 비철금속, 곡물 등도 경기 회복, 공급 차질로 연초 이후 20%대 올랐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당분간 수급 불균형 문제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다가 대체로 내년 경에는 공급이 확대되며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오름세 지속 기간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 확대는 생산자 물가를 거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농축산물의 물가상승 흐름은 지속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5월 물가상승률 2.6% 중 식료품 기여도가 1.1%포인트로 높지만 농축산물 가격은 수급 상황 개선에 예년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회복세가 펜트업(pent-up, 분출) 소비로 이어지며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1.8%, 내년 1.4%로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 내년 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4월 1.1%, 5월 1.2%로 높아졌다. 외식물가(학교급식비 제외)는 농축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재료비 인상 등에 5월 현재 전년말 대비 1.7% 올랐다. 최근 5년 평균치(2015~2019년) 1.4%를 상회하는 수치다.
관리물가가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효과도 축소되고 있다. 한은은 “작년 4~5월 고교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확대 시행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사라지면서 관리물가 하락폭은 4월 이후 축소되고 있다. 5월엔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그쳤다”며 “관리물가 영향을 제외하면 5월중 근원물가 상승률은 1.7%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5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2.2% 전망)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5년 장기인플레이션율은 2분기 1.7%로 목표 수준에 대체로 안착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최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