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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첫 자기부상열차 타보니.."미끄러지듯 유영"

윤도진 기자I 2012.11.29 15:55:08

소음·분진·진동 거의없어..도시 경관에도 '플러스'
대전도시철도 2호선 등 국내 확대 이어 해외 진출 노려

선로위를 달리는 인천공항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사진: 국토해양부)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열차가 공중에 뜨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자, 부상!” 취재진과 정부 관계자 및 연구진 150여명이 올라탄 2량짜리 열차 바닥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열차는 철로 위를 그야말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29일 오전 11시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공항철도 터미널에서는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첫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의 힘으로 열차를 선로 위에 8㎜ 높이에 띄워 운행하는 방식. 전자기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바퀴가 없는 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공항 철도 터미널을 빠져나온 열차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영종신도시 내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을 통과했다. 건물과 철로 거리가 3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철로를 따라 소음방지 시설이 따로 설치돼있지 않았다.

신병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장은 “공중에 떠 있다 보니 운행 중 마찰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 먼지 발생이 거의 없다”이라며 “외부에서 느끼기에도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방음벽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차가 건물 바로 옆을 지나면 소음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건축주들의 민원이 있었지만 철로공사 이후 소음이 거의 없는 것을 알고는 불평이 사라졌다”며 “오히려 철로 아랫쪽 도로의 자동차 소음이 더 크다고들 한다”고 귀띔했다.

방음벽이 시야를 가리지 않으니 도시 속을 비행하는 듯한 탁트인 경관이 차량 안에서 한 눈에 펼쳐졌다. 열차가 주택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열차 창문이 김이 서린 듯 뿌옇게 변했다. 신 단장은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도심지를 지날 때는 미스트 윈도우(창문 흐림장치)를 가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내에서 측정된 소음도는 62dB 수준으로 일반 열차 평균 75dB보다 한참 낮았다.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정도였다. 승차감도 덜컹거림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열차 내부는 부피가 큰 여행용 가방을 든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통로 공간을 널찍하게 설계했다.

이 열차는 인천국제공항과 용유 배후도시간 6개역, 6.1㎞의 시범노선을 최고 시속 110㎞로 달리게 된다. 영종도 지역이 지반이 연약하지만 시내 철로건설 비용 수준인 ㎞당 400억원에 공사를 마쳤다. 차체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가볍고, 운영하는 동안에는 바퀴나 기어, 베어링 및 선로 등이 마모되지 않기 때문에 운영 비용도 30%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사업단 측은 설명했다.

현재 2량 1편성으로 모두 4편성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로템이 열차 제작을, GS건설이 철도 건설을 담당한 이 시범노선 사업에는 총 4145억원이 투입됐다. 인천시는 시범노선을 포함해 영종도에 순환 선으로 2단계(9.7㎞)와 3단계(37.4㎞) 사업도 구상중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모습. 차체 아래 바퀴대신 전자석 장치가 달려있다.(사진: 국토해양부)
자기부상열차는 이번 시험사업을 시작으로 대전도시철도 2호선 등에 적용돼 도시 곳곳을 누비게 될 전망이다. 또 세계 선두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된 도시형(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 고속형(중국 상하이)을 포함하면 세계 3번째로 상용운전을 앞둔 상황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첨단 도시형 친환경 기술인 자기부상 열차 활용이 국내에서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유도할 것”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도 진출해 우리기술로 세계인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오른쪽 두번째) 등 정부 관계자와 연구진 취재진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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