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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전경련 재가입? 여건 되면 고려할 것"

이준기 기자I 2022.03.24 10:46:37

"아직 여건 이뤄지지 않아…전경련·상의 라이벌 아냐"
"통상기능, 기업 이해하는 쪽이 맡아야"…산업부 '손'
"새 정부서 민간 롤 체인지 기대"…尹당선인에 기대감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 개최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조심스레 SK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한민국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오던 전경련은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급추락했고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탈퇴 등 암흑기를 보냈으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패싱 논란에 휩싸였던 전경련의 자리는 대한상의가 꿰찼다.

최 회장은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으로선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다 같은 식구라고 생각한다.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즉, 전경련이 뼈를 깎는 쇄신을 거듭, 재벌 대변인·정권 하수인 이미지를 벗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전경련과 대한상의 사이에 라이벌이라는 개념은 없다.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라며 “(전경련과)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며 “작년부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친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은 지난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최 회장의 언급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 간 도시락 회동 추진 과정에서 전경련이 당선인 측과의 소통 주체를 맡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일부에서 ‘전경련이 자격이 되나’라고 반발하는 등 경제단체 간 벌어진 물밑 파열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최 회장은 새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민관협업을 강조하고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실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민간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도시락 회동 당시 “경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큰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 투자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도와드리게 되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었다.

새 정부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도 최 회장은 “민관이 협력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것들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예컨대 탄소중립의 경우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여야를 향해서도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줘야지 가능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통상교섭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간 신경전에 대해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했다. 우회적으로 산업부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책에 대해 최 회장은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디지털 앱을 제대로 갖고 있던 곳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산업 쪽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움직임에 대해선 “‘기업이 사회 가치를 훼손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을 ESG로 이름 붙여 놓은 것 같다”며 “이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진전시키면서 돈을 벌지가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트렌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정부 역할과 관련해선 “ESG를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rating)를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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