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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올해 정크론 채무불이행 증가…금리인상에 기업 차입부담↑

방성훈 기자I 2023.06.13 15:30:38

올해 첫 5달 동안 총 26.8조원 규모 18건 발생
"2021~2022년 합친 것보다 많아…향후 더 늘어날듯"
美기업들, 팬데믹 기간 제로금리에 레버리지론 의존
연준 금리인상후 부담 가중…추가 자금조달도 난항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800조원에 달하는 미국 정크론 시장에서 올해 채무불이행 사례가 크게 늘었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차입 부담 커진 영향이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피치북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1~5월 미국 정크론 시장에서 18건, 총 210억달러(약 26조 7500억원) 규모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달은 5월이다. 총 78억달러(37%·약 9조 9300억원) 규모로 3건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또한 올해 5월까지 12개월 간 연체율은 1.58%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1.31%)보다 확대한 것으로 2021년 5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FT는 “올해 첫 다섯 달 동안 발생한 채무불이행 규모가 2021~2022년 2년 동안 발생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크론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힘입어 천문학적 유동성이 장기간 공급되며 1조 4000억달러(약 1783조원)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많은 정크(투기) 등급 기업들이 레버리지론에 의존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2019~2021년 레버리지론 발행액은 6150억달러(약 782조 4600억원)로 3년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레버리지론은 주로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기업 자산을 담보로 일으키는 대출이다.

문제는 거의 모든 레버리지론이 변동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시중 금리가 상승, 기업들의 차입 비용 부담이 가중했다. 연준은 불과 14개월 만에 제로였던 금리를 5~5.25%로 높였다. 금리가 오르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대출 채권 가격은 그만큼 싸지기 때문에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이에 기업들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 곳도 늘어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로피 카루이 수석 신용 전략가는 “가장 약한 발행사들 사이에서 지불 충격이 일어나고 있다”며 “변동금리 형태의 부채가 많은 회사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거나 상당기간 고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회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도이체방크의 유럽 및 미국 신용 전략 책임자인 스티브 카프리오는 “우리는 꽤 의미 있는 채무불이행 주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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