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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아마존-로봇청소기업체 M&A 제동거나…개인정보 침해 우려

김상윤 기자I 2023.02.16 15:13:17

로봇청소기 1위업체 '아이로봇' 인수 쉽지 않을듯
수집된 사진, 데이터 활용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
"빅테크의 개인정보 활용 문제 제동 많아질듯"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럽(EU)집행위원회가 세계 최대 이커스업체인 아마존의 로봇청소기 1위업체 ‘아이로봇’의 인수에 대해 제동을 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경쟁당국이 독과점 문제에 초점을 잡고 기업결합(M&A) 심사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EU는 개인 정보 침해 쪽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가 매장에 전시돼 있다. (사진=AFP)
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U집행위원회는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이로봇은 ‘룸바’ 로봇 청소기를 판매하는 곳으로, 미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8월 주당 61달러, 총 17억달러를 지급하며 인수에 나섰다. 아이로봇 인수로 로봇 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스마트홈 생태계를 탄탄하겠다는 복안이다. 아마존은 2018년 보안 카메라 업체 링 인수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와이파이 라우터 업체인 이로(Eero)를 인수하면서 음성 인식 비서 알렉사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대했다.

아마존의 야욕과 달리 규제당국에서는 쉽게 M&A 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다. EU집행위는 이번 인수계약으로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룸바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구조를 학습해 집 내부 지도를 그리고, 장애물을 피해 가며 지도에 따라 청소를 한다. 그러면서 수집한 각종 사진과 데이터 등 개인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우려가 있다는 게 EU집행위의 시각이다. 아이로봇 CEO는 201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룸바의 지도 기능으로 얻은 데이터를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회사에 판매하는 수익 모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아마존은 과거 가정용 보안 카메라 링에서 촬영된 영상을 사용자 동의 없이 경찰에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로봇까지 인수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FT에 “아마존이 아이로봇을 인수한 후 이미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음성서비스인 알렉사에 어떻게 결합할지 등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유럽집행위는 기업결합과 관련해 별다른 경쟁제한성이나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다면 1단계(예비) 조사에서 결론을 낸다. 하지만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2단계(심층)조사에 나선다. 소식통은 “1단계 조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없다고) 충분히 규제당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2단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해 8월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아마존의 독과점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이번 거래에 대해 경쟁당국이 반대해야 한다”며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경쟁 보호에 더욱 나서야 한다”고 FTC를 압박하기도 했다.

FT는 “전세계적으로 빅테크의 확장에 대해 규제당국이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특히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지배력을 키우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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