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따르면 지방 소재 한 법대 출신인 주범 김씨는 2021년 2월 코로나19 확산 시기 마스크 관련 사업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피해자 A(36)씨와 처음 알게 됐다. A씨는 한 IT업체를 운영하던 대표로, 코로나 시기 마스크 관련 사업도 확장하면서 또래인 김씨와 친구처럼 지내며 동업도 논의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
이후 김씨는 A씨가 코인 거래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돌변했다. 그는 코인 투자를 가장해 피해자 김씨에게 투자금의 30% 상당 수익률 보장을 강제하고 제때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무차별 폭행과 협박을 일삼기 시작했다.
A씨는 2021년 2월경 이른바 ‘가상자산 폭락장’과 함께 자신이 거래하던 코인거래소가 거래 정지로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자, 김씨는 그해 연말까지 약 19회에 걸친 상습 공갈과 협박·폭행을 통해 투자수익금을 요구했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호텔 등지에서 A씨와 B씨 등을 감금하고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워 주먹과 발로 때리거나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벌였으며, 심지어 흉기를 꺼내 들고 생명의 위협도 가했다.
결국 A씨는 지속되는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60대 모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자신의 회사 직원이자 다른 피해자인 B씨 등 2명과 그들의 가족 및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김씨에게 수시로 지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실제 피해액은 약 48억6000만원으로, 수익금을 더한 재투자 방식까지 포함하면 총 피해액은 총 146억원에 달한다.
또 김씨는 합법을 가장한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고용해, 자신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으로 많게는 5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피해자들이 외부에 피해 사실 등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들까지 협박하면서 심리 상태를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다.
|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2월 피해자들의 신고로 주범 김씨를 주거침입 등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또 피해자들이 김씨의 지시로 투자수익금 명목의 현금을 ATM에서 인출하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로 오인받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사례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직접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브리핑장을 찾은 피해자 A씨와 B씨 등 3명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감금과 폭행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고, 한 번 폭행이 길게는 하루 종일 이뤄진 적도 다반사였다”면서 “작년에 주범 김씨가 주거침입과 폭행 현장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가 됐는데도 구속되지 않고 풀려나면서 그 이후 훨씬 심한 위압과 협박이 이뤄져 피해자들은 무력감과 함께 지옥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청 강수대는 지난해 3월 김씨 일당의 상습공갈 첩보를 입수하고 피해자 및 참고인 등 조사와 계좌분석을 통해 올해 2월20일 주범 김씨를 체포하고 상습공갈,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등 10개 혐의를 적용해 그달 28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또 주범 김씨를 도우며 범죄에 가담한 그의 회사 직원들과 조폭 등 일당 16명을 모두 검거해 이달 4일 검찰에 각각 구속 또는 불구속 송치했다. 향후 피의자들의 기소 이후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환수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강수대 관계자는 “해당 사건 일당을 모두 검거하고 송치해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앞으로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악질적인 범행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