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INFP는 채용 지원 불가?’…MBTI 채용에 활용하는 중견기업 23곳

최정훈 기자I 2022.07.19 12:00:00

고용부, 청년 채용 이슈 조사 발표
MBTI 채용에 활용하는 중견기업 3.1%…“채용도구로 부적절”
“직무 관련 경험 가장 중요”…4곳 중 1곳은 탈락 후 재지원 부정적
중견기업 6.9% AI 면접 활용…83% “활용할 계획 없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내 중견기업 중 23곳이 MBTI를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선천적 경향을 측정하는 MBTI를 채용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기업 4곳 중 1곳은 탈락 후 재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의 채용공고 및 상담예약 게시판 앞이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MBTI 채용에 활용하는 중견기업 3.1%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9일 청년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채용 이슈에 대해 현장에서 실제 채용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총 752개 기업의 채용담당자가 응답했고,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중 252개 기업과 중견기업 500개 기업이 포함됐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MBTI 유형을 요구하고, 특정 직무에서 특정 MBTI 유형을 선호 또는 배제한다는 구인 광고가 등장하면서,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은 기업이 선호하거나 특정 직무에 부합하는 MBTI 유형을 획득하기 위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이번 채용 이슈 조사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채용 과정에서의 MBTI 활용 현황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기업 752개 중 3.1%에 해당하는 23개 기업만이 채용 과정에서 MBT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채용과정에서 MBTI 활용(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채용 시 MBTI 유형이 보통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출액 500대 기업, 중견기업에 비해 소규모 기업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 MBTI 활용률은 더 높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개인의 선천적인 경향을 측정하는 MBTI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 결국 기업과 청년 구직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MBTI가 채용과정에서 평가도구로 활용되면, 구직자들은 기업에 맞춰진 반응을 연기하는 등 진정성 없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 4곳 중 1곳은 탈락 후 재지원 부정적

이어 신입직과 경력직 등 채용유형과 입사지원서 평가와 면접 등 채용단계를 불문하고 기업은 직무 관련 근무 경험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했다. 채용담당자들은 직무와 무관한 봉사활동, 기자단·서포터즈 활동 등 단순 스펙은 채용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500개 중견기업 중 320개 기업(64%)은, 이전에 필기 또는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가 다시 지원하는 경우, 이를 파악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중 60.6%(194개)는 ‘탈락 이력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25.9%는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채용담당자들은 ‘탈락한 이력 자체가 재지원 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불안해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소신 있는 재지원 사유”(54.7%) △탈락 이후 개선을 위한 노력(48.8%) △해당 직무와의 적합성(40.0%) 등을 어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졸업 후 상당 기간 취업을 못 하거나,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오랫동안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 등 공백기를 파악하는 기업(406개) 중 44.8%는 ‘공백기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채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답했다. 반면 44.3%는 ‘영향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기업 관계자는 공백기가 있어 불안한 취업준비생들에게 공백기 중 직무 관련 준비, 자기 개발 경험을 잘 설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청년들은 희망하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과 능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민관협업에 바탕을 둔 ‘일경험 지원 프로그램’을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기업이 직무에 적합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능력 중심 채용 컨설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 83% “AI 면접 활용할 계획 없다”

한편 응답 기업 752개 중 6.9%에 해당하는 52개사가 AI 면접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출액 500대 기업이 중견기업에 비해 AI 면접을 더 많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응답 기업 중 4.1%인 31개 기업만 AI 면접 결과를 채용에 반영한다고 답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AI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52개사)의 대다수(50개사)가 AI 면접을 보완하기 위해 대면 면접을 추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액 500대 기업 및 중견기업 모두 AI 면접이 평가의 정확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소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I 면접 활용계획을 질문한 결과, 대다수에 해당하는 83.2%가 활용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AI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의 94.2%가 ‘앞으로도 활용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현재 미실시 기업의 82.8%는 ‘활용 계획이 없다’라고 답해 현재 AI 면접의 활용 여부가 활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요행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AI 면접 확산 여건이 조성됐고, 이번 조사가 AI 활용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면접 활용 비율 6.9%, AI 면접 활용계획 비율 16.8%는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라며 AI 면접이 단기간에 보편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