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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AI가 기밀계약까지 진행…"변호사 일손 덜어줘"

이소현 기자I 2023.11.08 11:35:48

英 기업 'AI 협상가' 오토파일럿 공개
사람 개입 없이 복잡한 서류 작업 담당
오류도 수정…단 몇 분 만에 계약 완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세계 최초로 인간의 개입 없이 알아서 단 몇 분 만에 계약 협상을 하는 AI가 등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영국 AI 기업인 루미넌스(Luminance)는 이날 런던 본사에서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 불리는 AI를 공개했다.

오토파일럿은 루미넌스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계약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변경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다.

2016년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들이 설립한 루미넌스는 변호사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 문서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번 오토파일럿 개발로 변호사가 일상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 작업의 대부분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상적인 서류 작업은 AI가 담당하고, 변호사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더욱 중요한 곳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얘기다. 루미넌스에 따르면 자사 법무팀은 업무시간의 약 80%를 일상적인 문서 검토와 협상에 소비하고 있다.

예거 글루시나 루미넌스 디렉터는 “AI가 워드로 계약을 시작하는 것부터 조건에 이르기까지 AI와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 AI는 법적으로 훈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연 현장에서 오토파일럿은 ‘AI 협상가’ 면모를 보였다고 CNBC는 전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가 다른 AI와 계약을 협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미넌스와 루미넌스 고객사 중 한 곳인 리서치 회사 간의 기밀유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오토파일럿은 상대 AI와 함께 계약 조항을 분석하고 변경하는 등 계약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를 완료했다. 기밀유지 계약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분에 그쳤다. 사람이 필요한 유일한 단계는 계약서에 서명할 때뿐이었다.

또 논쟁이 되는 조항은 빨간색으로 긋고 나서 해당 조항들을 더 적합한 것으로 바꾸고, 진행 과정 내내 변경된 사항들은 따로 보관했다. 이어 회사 정책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수정해 자동으로 초안을 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6년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는 회사 정책에 어긋나 AI가 이를 인지해 자동으로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삽입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식이다.

루미넌스 측은 법조계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루시나 디렉터는 “회사에서 업무 추진 전에 법무팀이 기밀유지계약을 완료하기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수익 창출, 새로운 계약, 일반적인 거래가 지연되기도 한다”며 “비즈니스의 모든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해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미넌스는 챗GPT 등과 같은 AI는 범용 플랫폼이기에 법률업계에 특화된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토파일럿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미넌스는 로펌과 컨설팅 회사 등을 상대로 연간 구독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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