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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주교들 만난 교황 "안락함 추구하는 경향 있다"

김용운 기자I 2015.03.13 14:05:36

교황청 방문 중인 한국 주교단에 쓴소리
"세상은 매우 교활한 모습으로 교회를 위협"
"순교자 열정 간직, 안락한 신앙은 버려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124위 시복 감사미사에 앞서 한국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중요성과 사명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톨릭신문)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의 주교들에게 안락한 삶에 대해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오전(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사도좌 방문 중인 한국 주교단과의 2차 만남에서 “사제들이 안락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자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착한 신부와 봉사하는 신부들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사제들은 한국교회에 맨 마지막에 도착한 이들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가 외국의 선교사없이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세워진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서 (직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내려간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사제와 주교들이 겸손한 자세로 평신도와 교회를 위해 봉사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 분단 70주년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라며 “순교자의 피는 남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피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5시 한국 주교단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하는 124위 시복 감사미사에 앞서 대성전을 방문해 주교단과 함께 미사에 참례한 한국 신자들도 격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고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됐다”며 “평신도들이 보여준 신앙과 열정이 한국 교회를 이끌어온 절대적인 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상은 매우 교활한 모습으로 교회에 들어오고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 강렬한 신앙과 열정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신앙이 무너진다”며 “여러분의 신앙은 매우 단단하게 유지돼야 한다. 순교자의 열정을 잘 간직하고, 안락한 신앙을 버리고 여러분의 신앙을 힘차게 이끌어 아시아 교회의 빛이 돼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주교단의 만남은 17일까지 계속되는 주교들의 교황청 정기 방문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됐다. 교황은 앞서 지난 9일 한국 주교단 26명 중 14명을 먼저 만난 데 이어 이날 12명을 따로 만났고 이후 다시 전체 주교단을 만나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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