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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에 투자하는 다국적제약사..실속은 누가?

천승현 기자I 2013.10.07 14:31:06

바이넥스·근화·한독·신풍 등 투자 유치·합작사 설립
국내 의약품 해외 진출 등 기대..'생산전담 역할 전락' 우려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사 설립을 통해 국내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우수 제품의 해외시장 진출이 보다 용이해졌지만, 자칫 다국적제약사의 거점 활용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종전에는 특정 품목의 영업을 공동으로 하는 판매 제휴나 의약품 공동개발 계약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다국적제약사의 직접적인 투자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일본 복제약(제네릭) 1위 업체 니찌이꼬는 최근 340억원을 투자해 바이넥스(053030) 지분의 12.61%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동안 바이넥스는 니찌이꼬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공급하며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이번 니찌이꼬의 투자로 양사 간의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근화제약을 인수한 미국 제약사 알보젠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거점을 한국에 두고 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세계 1위 제네릭 업체 이스라엘 테바는 한독약품(002390)과 합작회사 한독테바를 설립하고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독약품은 자사의 공장을 활용해 한독테바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준다.

신풍제약(019170)은 지난달 LFB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공급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기로 했다. 충북 오송에 건설하는 새 공장에서 LFB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 해외 선진 기술 도입을 통해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국적제약사와 제휴를 통해 국내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이 쉬울뿐더러 공장 가동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아시아시장을 공략하려는 다국적제약사의 국내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업체가 자본력에 밀려 다국적기업의 실리를 챙겨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다국적제약사는 국내 업체가 보유한 우수 제조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삼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선진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 국내에 투자한 다국적제약사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제네릭 업체라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투자의 타깃은 국내시장이 아닌 제 3국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제네릭 시장은 품목별로 많게는 100개 이상이 진입했을 정도로 포화상태여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업체의 의약품 제조 기술력이나 생산시설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면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면서도 “다국적제약사의 거점 확보를 노린 투자가 많아서 자칫 국내업체는 생산만 하고 판매에 따른 주요 수익은 다국적제약사가 챙길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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