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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인데 우왕좌왕‥딜레마 빠진 분리국감(종합)

김정남 기자I 2014.08.22 20:55:41

새정치연합, 국감 불과 하루전인 25일 당론결정
1차국감 나흘앞으로 왔음에도 아직도 우왕좌왕
열리면 '졸속' 불가피‥안열리면 정부견제 약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충북 제천 ES리조트에서 열린 기초단체장 워크숍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천안=조진영 기자] 여야가 강하게 추진했던 분리 국정감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1차 국감 예정일(8월26일~9월4일)이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야당이 실시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면서다. 예년처럼 10월에 몰아서 열린다면 일정 부담 탓에 예산안 심사 등이 차질을 빚게 되고, 실시된다고 해도 짧은 준비기간 탓에 ‘졸속’이 불가피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올해초 합의했던 6·9월 분리 국감을 추진했다면 부작용이 크게 줄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모두 6·4 지방선거 등에 전념하느라 국감에 대한 합의를 차순위로 마뤘다. 정가를 삼킨 세월호특별법을 풀지 못한 여야의 ‘정치력 실종’도 도마 위에 올랐다.

◇野, 국감 불과 하루전인 25일 당론 결정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1차 국감 예정일 불과 하루 전인 오는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분리 국감의 실시를 두고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내부는 국감 연기에 대한 여론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지난 21일 오전 당 3선 이상 중진들을 대상으로 자문을 구했는데, 여기서 8월 국감을 일단 미루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1차 국감을 2차(10월 1~10일)와 붙여서 진행하자는 것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정치적 역풍이 부담이지만, 세월호특별법이 먼저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분리 국감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조사법이 개정돼야 한다. 국감 실시기간에 대해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 감사시작일부터 30일 이내’라는 규정이 ‘30일 이내’로 바뀌어야 한다.

하루 전에 새정치연합에서 8월 국감을 실시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당장 여당과 협의하고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하기엔 물리적으로 빠듯한 것이다. 여야는 개정안을 지난달 15일 함께 발의했다. 여야간 세월호특별법과 연계되면서 한달 넘게 표류하다 결국 분리 국감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이미 1차 국감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무산되면 엄청난 돈이 허비된다“면서 ”한달 이상 공무원들이 준비한 국감을 자신들 당내 문제로 폐기해버린다면 헌정질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는 분리 국감 무산이 현실화될 경우 여의도 정가의 갈등은 극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간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끝없이 표류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국감 나흘 앞으로‥아직도 우왕좌왕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일선 보좌진들과 피감기관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회 보좌진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감이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국회 보좌진은 물론 피감기관들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준비는 하지만, 예년처럼 두달가량 국감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야당 한 보좌관은 “준비수준이 예년에 비하면 3분의1도 안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좌관은 “정부부처의 휴가기간과 겹치는데다 게다가 이번주는 을지훈련이 실시돼 자료제출이 늦고 부실했다”고 전했다.

피감기관들도 ‘볼멘소리’를 내긴 마찬가지다. 예년처럼 10월에 몰아서 진행된다면, 앞선 국감 준비가 자칫 헛수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석이 예정된 기업 관계자들도 경영 일정상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감이 다음주 열린다고 해도 ‘깜깜이’ ‘졸속’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분리국감 무산시 정부견제 약해질듯

분리 국감이 실시되지 않아도 문제는 크다. 국감이 전처럼 정기국회 중 20일간 열린다면 다른 정치일정들이 빠듯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11월30일 이후 자동 부의된다. 12월이 되면 여야가 예산안 심사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회가 지난 13년간 헌법상 예산안 통과시한(12월 2일)을 한번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여야가 매년 연말까지 예산안을 두고 싸웠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정기국회에서 있을 국감의 일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게 당초 여야의 분리 국감 합의 취지였다. 야권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극히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의 고유권한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여야가 당초 합의했던 6·9월 분리 국감을 더 책임감있게 다뤘어야 했다는 비판이 많다. 여야는 올해초 잠정 합의 이후 6월 국감을 열기 위한 후속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다 새누리당의 7·4 전당대회까지 대형 정치 이벤트들이 줄줄이 겹쳤던 탓이다. 여야 전임 원내지도부는 지난 4월 국회 운영위에서 분리 국감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분리 국감이 무산된다면 이를 주도한 새정치연합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합의 이후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새누리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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