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남양에 발목 잡혔던 한앤코…하반기 두각 드러낼까

조해영 기자I 2022.06.13 14:17:36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양 사태로 조용한 행보
올해 들어 SKC 필름사업부 매각 등 움직임
한온시스템 매각 등 하반기 반등 가능성 주목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사상 초유의 노쇼로 촉발된 남양유업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M&A 공방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한앤코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활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의 법적 공방이 이제 막 증인신문을 시작하며 본격화된 단계지만 공방이 한앤코에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기업의 장기투자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조(兆) 단위 딜에 나서는 등 ‘남양 리스크’를 떨쳐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앤컴퍼니 홈페이지)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C는 필름사업을 담당하는 인더스트리 소재 사업부를 한앤코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거래가가 1조5950억원에 달하는 조 단위 빅딜로, SKC와 한앤코는 올해 말까지 딜을 클로징할 예정이다. SKC는 이를 위해 오는 9월 해당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다.

한앤코는 지난해 7월부터 주식매매계약(SPA) 이행을 둘러싸고 남양유업 대주주 측과 공방 중이다. 한앤코는 홍 회장 등에 SPA 계약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홍 회장 측에서 계약 과정의 부당함 등을 주장하면서 양측은 현재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후 한앤코는 남양유업 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면서 본업에서는 이렇다 할 뚜렷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았다.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리캡(자본재조정)이나 밀키트 제조업체 마이셰프 인수 등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한앤코의 네임 밸류나 규모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만 이번 달 SKC의 필름사업 부문 매각에 나서는 한편, 올해 초에는 지난 2016년 인수했던 시멘트 업체 쌍용C&E(당시 쌍용양회) 장기 투자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컨티뉴에이션(Continuation) 펀드를 조성하는 등 조금씩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쌍용C&E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새 투자자(LP)를 모집하고 장기 투자의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특히 시멘트 업체인 쌍용C&E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색채를 입힌 점이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남양유업 매각 결렬 과정(그래픽=이데일리DB)
해를 넘겨 진행 중인 남양유업과의 법적 다툼은 한앤코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진행된 첫 증인신문에서 남양과 한앤코 거래의 ‘키맨’으로 불리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은 홍 회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홍 회장은 계약 과정에서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이 한앤코를 동시에 대리한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에 계약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함 사장이 한앤코의 김앤장 선임 여부를 홍 회장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1일에는 계약 당사자인 홍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남양유업 사태 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던 한앤코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선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엑시트(자금회수)도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한온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온시스템은 예상 매각가가 7조원을 웃도는 매머드급 매물이지만 최근 실적 악화와 함께 신용등급도 하락하면서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았던 지난해에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태로 잠잠했던 면이 있었다”며 “남양유업 공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엑시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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