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10명중 넷 "개인용 학습기기 없어…비대면 학습격차 커져"

이정훈 기자I 2021.05.24 13:44:34

기아대책, 서울대 아동가족학 연구팀과 877명 실태조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교육의 온라인 수업 전환이 지속되면서 취약계층 아동들은 열악한 학습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난 4월 서울대 아동가족학 박사진과 함께 전국 취약계층 초중고교생 8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시기, 취약가정 아동·청소년 온라인 학습 실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학습 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8세에서 19세 사이의 전국 기아대책 결연 아동 및 지역아동센터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약 계층 아동 10 명 중 4명은 개인용 디지털 학습기기조차 없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열악한 학습 여건 속에서 성적 하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용 디지털 학습기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아동 중 31.8%는 형제 자매 등 가족 구성원과 디지털 기기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으며, 기기가 전혀 없다는 응답도 9.2%를 차지했다.

열악한 가정 내 학습 환경 실태도 드러났다. 응답 아동의 대부분(88.7%)은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공간이 ‘집(거주지)’이라고 밝힌 가운데 ‘학습을 위한 개인 공간이나 책상 의자가 없다’는 응답이 무려 26.3%에 달했다.

취약계층 아동은 온라인 수업 전환 이후 혼자 학습하는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6%가 지난 학기에 ‘온라인 학습에 도움을 준 사람이 없다’고 답했으며 4명 중 1명은 ‘혼자 해결’(16.3%) 하거나 ‘해결하지 못한다’(7.9%)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응답 아동의 5명 중 1명(18.6%)은 2019년 학기 보다 2020년 성적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성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시행’(55.8%)을 꼽았다.

아울러 아동들은 대면 수업이 재개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6%가 ‘대면 수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대면 수업이 학습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75.4%에 달했다. 또한 10명 중 6명 이상(67.6%)은 ‘다시 학교를 가고 싶다’며 가장 큰 이유로 ‘친구 관계’(84.8%)를 꼽았다.

원만한 친구관계를 위해서도 직접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의 아동(92.6%)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68.3%)나 전화 통화(49.6%)를 이용해 친구와 연락하고 있지만 친밀한 교우관계를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아동이 81.4%였다. 또한 7.4%의 아동은 ‘친구와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관계 결핍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심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권순범 서울대 아동가족학 박사는 “이번 조사는 취약계층 아동이 직접 설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아동의 실제 상태와 인식 변화를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온라인 학습이 장기화됨에 따라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수치 데이터로 아동 청소년의 학습격차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은 “기아대책은 코로나19 이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아동 돌봄 공백, 온라인 학습 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신속한 실태 파악과 지원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아동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전문기관 및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효과적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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