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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6개社 분할…中빅테크 업계 청사진 제시하나

김윤지 기자I 2023.03.29 13:02:23

中, 독점적 지위 '빅테크 제국' 노골적 경계
FT "알리바바, 당국 긍정 반응 확인후 발표"
"텐센트·징둥닷컴 등도 비슷한 수순 밟을것"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사업별로 6개 독립 그룹으로 재편된다.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조직 개편이다. 시장은 알리바바의 이번 개편이 중국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고, 향후 여타 빅테크 업체들도 알리바바와 같은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테크 제국’ 해체…“시장 변화 신속 대응 기대”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일 장융 알리바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알리바바를 6개의 독립 사업 그룹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 전자상거래업체인 타오바오, 배달플랫폼 현지생활, 스마트물류 차이냐오,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그룹,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이에 해당된다. 이른바 ‘1+6+N’ 체제로, 이는 1개의 지주회사 알리바바 그룹과 6개의 독립 사업 그룹, 향후 등장할 수 있는 개별 사업 회사를 의미한다.

베이징에 위치한 알리바바 사옥.
각 그룹은 자체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룹별 최고경영자(CEO) 책임 경영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건에 부합하는 그룹은 개별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체 자금 조달을 모색할 수 있다.

장융 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알리바바는 조직을 민첩하게 만들고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지주사로서 알리바바그룹의 지원·통제 업무는 간소화되고 상장 회사 규정 준수에 필요한 기능만 유지된다”고 말했다.

“中정부, ‘빅테크 조직 간소화’ 원해”

지난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이 공개 행사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이른바 ‘설화 사건’ 이후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의 견제 대상이 됐다. 직후 알리바바 산하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증시 상장이 돌연 취소됐고, 알리바바는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 폭탄을 맞았다. 사실상 알리바바처럼 급격히 성장한 빅테크 업체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마윈과 같은 특정 인물에게 거대 기업의 의사결정권이 집중되는 것을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경계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알리바바가 ‘조직 쪼개기’라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중국 정부의 뜻을 따르면서 알리바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 역시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사전에 조직 개편안을 중국 규제 기관에 제출했고, 당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후에 이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조직 분할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으나, “알리바바라는 거대한 빅테크 제국이 간소화되는 것을 원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사진=AFP)
이번 알리바바의 조직 개편으로 중국의 여타 빅테크 업체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콩 메가트러스트인베스트먼트의 왕치 공동 창립자는 “알리바바의 이번 조직 개편은 반독점과 관련된 규제의 압력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조직 분할로 여타 빅테크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 소셜미디어(SNS),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텐센트를 비롯해 징둥닷컴, 바이두 등 중국 대표 빅테크 업체들이 종전 알리바바처럼 비슷한 형태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 직전 마윈이 약 1년 만에 중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는 한동안 네덜란드, 일본, 호주, 태국 등을 떠돌며 로우키(row key·절제된 모습) 행보를 보여줬다. 중국 정부는 올해 ‘위드 코로나’ 원년을 맞아 연 5% 목표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민간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마윈의 ‘컴백’은 성장이 급한 중국 정부가 빅테크 등 민간 기업에 유화적인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주식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번 개편 소식 영향으로 전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 주식예탁증서(ADR)는 전거래일 대비 14.26% 상승 마감했다. 홍콩 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그룹 역시 10% 넘게 급등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게리 유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알리바바는 개별 사업의 가치가 할인된 상태에서 거래됐다”면서 “시장이 이들 비즈니스 부문의 가치를 각각 인식하면 상당한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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