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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의 장기신용등급(IDR)을 BB에서 B로 세 단계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피치는 14일에도 A-에서 ‘정크’(투자 부적격)에 해당하는 BB로 5단계 낮춘 바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최근 유동성 위기와 그에 따른 파산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을 크게 늘렸는데,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출 시 담보로 맡았던 자산의 가치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 예금 고객이던 기술기업과 벤처캐피털(VC)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급격히 예금을 빼내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렸다.
미국 금융당국과 대형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SVB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권 위기가 계속 확산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다. JP모건 등 미국 대형 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총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16일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피치는 “재무적 구조 조정 없이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대형은행에서 지원받은 300억달러를 상환하기 위해선 자산을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대출·증권 등 자산의 시장가치가 장부가치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9일 유동성·수익성 문제 등을 들어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세 단계 낮췄다. 무디스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2로 7단계 급락했다. 모두 정크 수준이다.
미국 대형은행은 20~21일 워싱턴DC에서 금융서비스포럼을 열며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추가 지원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퍼스트리퍼블릭이 현금 확보와 비용 감축을 위해 대출 사업부 등을 매각할 수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