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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불안불안'…화상 신체 20% 넘으면 '위험'

이순용 기자I 2017.12.22 13:19:53

화염에 의한 화상과 흡입화상을 동반하는 경우 사망률이 2배 높아져
화상 범위 체표면적의 15~20%가 넘으면 생명 위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제천 화재로 인해 겨울철 화재에 대한 시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른 어떤 질환과 마찬가지로 화상도 빠른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져야 생존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화상은 그 어떤 외상보다 큰 흉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화상으로 인해 노출이 많은 손과 얼굴에 손상과 변형을 입게 되면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 외상후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 흡입화상 동반되면 사망률 2배 높아져

화상을 원인별로 분류했을 때 화재사고나 프로판, LPG가스 폭발 등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경우를 화염화상이라고 한다. 화염화상의 경우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므로 고온열기, 일산화탄소, 연소물질 흡입으로 인한 흡입화상이 함께 발생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여러 물질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폐 깊숙이 침투해 화학성 세기관지염, 기관지수축 등을 일으킨다”며 “점막의 섬모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분비물 청소기능이 저하되어 폐에 물이 차게 되는 폐부종, 호흡부전을 일으켜 돼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 중의 산소가 2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감소하고,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일산화탄소는 산소에 비해 혈색소와의 친화력이 200배 이상이기 때문에 인체에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화재현장에서 화염에 의한 화상과 흡입화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사망률이 2배 정도 높아진다.

◇ 화재사고 수 일 이후에 흡입화상 증상 발견하기도

밀집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화상을 입은 경우, 불에 그을리거나 탄 코털, 얼굴과 코·입안과 입주변의 화상, 쉰 목소리, 검은 탄소가루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흡입화상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화상을 입은 지 수일이(4~7일) 지나 호흡곤란의 증세를 보이면 심한 흡입화상의 가능성이 높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화재를 겪었다면 흡입화상의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고압산소탱크, 인공호흡기, 정확한 진단을 위한 각종시설을 갖추고 있고, 전문적 화상치료가 가능한 대형전문병원에서 진찰과 처치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흡입화상의 치료는 호흡곤란과 폐부종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적인 환자의 모니터링과 함께 세심한 수액요법을 시행한다. 습기가 가미된 충분한 산소공급과 화상에 의한 부종으로 인한 기도폐쇄에 대한 기도의 유지, 기관지경을 사용한 폐 세척과 필요한 경우 기관절개술도 고려한다.

전욱 교수는 “흡입화상을 피하려면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난 경우 가능한 한 깊은 숨을 들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아 일산화탄소와 유독 가스에 의한 흡입을 가능한 한 방지하고 즉시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소방당국으로 구성된 합동 현장감식팀이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성 목욕탕을 감식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 오갔던 목욕탕 내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화상을 야기하는 가지각색 원인들

화상이라고 하면 화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화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화상은 뜨거운 물에 의해 화상을 입는 열탕화상이다. 그리고 불에 신체가 닿아 생기는 화염화상이 있다. 이외에도 LPG가스와 같은 인화성 물질이 폭발하면서 입는 섬광화상, 뜨거운 금속이나 플라스틱, 유리 등에 의한 화상인 접촉화상, 전기로 인한 전기화상,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화상이 있다.

◇ 조직 손상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화상은 조직 손상의 깊이에 따라 1도에서부터 4도로 분류한다. 1도 화상은 자연치유가 가능할 만큼 상태가 심하지 않다. 피부가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빨갛게 변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뒤 원래 피부색을 찾는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

2도 화상은 표피 전부와 진피 대부분이 손상을 입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일컫는다. 물집과 부종, 심한 통증이 있는 표재성 2도 화상과 얼룩덜룩한 색을 띄며 심각한 반흔이 있는 심재성 2도 화상으로 나눈다.

표피와 진피는 물론 피하지방층까지 다쳐 피부이식수술을 요하는 상태는 3도 화상이다. 가장 심각한 상태인 4도 화상은 피하조직 아래의 뼈와 근육까지 손상을 입어 절단술과 피부이식수술, 조직편(플랩)이식술이 필요한 정도를 말한다.

화상은 화상을 유발하는 물질의 온도와 피부에 접촉해 있는 시간에 의해 깊이가 결정된다. 섭씨 55도 온도에서는 10초 동안의 접촉으로, 섭씨 60도 온도에서는 5초 동안의 접촉만으로 깊은 2도 화상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초기 응급 치료에서는 화상 유발 물질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몸의 15% 이상 화상은 생명도 위협

화상의 범위가 체표면적의 15~20%가 넘으면 신체 내부의 다양한 장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화상 부위에서 분비되는 물질들이 혈관에서 조직으로 빠져나가는 체액을 증가시켜서 전신적으로 부종이 생긴다. 반대로 실제 몸을 돌아다니는 순환혈액량은 감소되어 적절한 혈액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48시간 동안 상당량의 수액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영양 공급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피부 재생과 합병증 발생 등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고칼로리, 고단백질 식사를 하면서 필요한 비타민과 전해질의 보충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 화상의 경우 전기에너지에 의해 심장의 부정맥을 유발시켜 심정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근육을 수축시켜 뼈가 부러지거나 빠질 수 있으며, 외견상 보이는 화상보다 조직 안쪽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빠른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은 화상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물질이 계속 신체에 닿아 있으면 지속적으로 열이 전파돼 환부 손상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회복기간도 지연시킨다. 만약 옷 위에 뜨거운 물을 엎질렀거나 불이 붙었을 때는 무리해서 옷을 벗기보다는 찬물을 붓거나 바닥 위에서 굴러 불을 끈다. 몸에 붙은 옷은 억지로 떼지 말고 그대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다친 부위가 광범위하다면 깨끗한 천이나 타월로 상처를 감싼다.

전욱 교수는 “생리식염수나 상온의 물을 20~30분 정도 부어 화상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물집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는데 가능하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또 손으로 화상부위를 만지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만지지 않는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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