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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의 촉]이재용 가석방 돼도, 사면은 현 정부에서 어려울 듯

선상원 기자I 2021.08.09 13:15:59

재계 총수라 국민 공감대 중요, 국민들 가석방 70% 찬성
文정부 기반인 호남과 40대 60% 찬성, 가석방 부담 없어
사면은 朴 전 대통령과 같이 검토, 대선 전 결정 어려워
朴 사면 민주당 지지층·중도층 반대, 차기 정부서 가능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법무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심사하는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들도 저마다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권한 사항이라고 하지만, 재계 1위 총수의 신병처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긴밀히 조율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부터 취임 4주년 기자회견, 한미정상회담 이후 4대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까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질문이 나올 때마다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지만, 결코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사면이 극심한 국론 분열을 가져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가석방은 말 그대로 임시 석방이라 사면과는 다르다. 가석방은 범죄동기와 재범의 위험성,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재계 1위 총수이고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사면처럼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국민들은 60% 넘게 가석방을 찬성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26~28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찬반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 70%가 찬성했다. 반대는 22%였다. 세대별 지역별로도 크게 차이는 없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40대의 59%, 호남의 61%도 찬성했다. 반대는 각각 32%, 3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야, 대선후보들 사면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 달라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과 40대가 가석방에 찬성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든다. 가석방 심사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가석방이 될 걸로 알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때 약속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미국내 파운드리 투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웨이퍼를 들고 미국 투자를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최종 투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석방은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형이 남아 있는 상태라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사면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같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할 수 없다.

문제는 대선이 치러지고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사면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대선후보별 이해득실이 다른 상황에서,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송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사면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니 거기서 판단할 문제다.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TV토론회에 나와 “사면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나마 올초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여지를 뒀다.

국민의힘은 당보다 대선후보들이 더 적극적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홍준표 의원, 황교안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8.15 광복절에 사면을 바로 하거나 최소한 형집행정지라도 있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준석 대표는 사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저마다 입장이 다른 사면도 결국 국민여론에 의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 사면시 민주당 대선서 고전, 형집행정지 가능성

앞서 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 찬반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 56%가 반대했다. 찬성은 38%였다. 40대의 71%가 반대했고 호남의 79%가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79%, 중도층의 61%도 반대했다.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이 이렇게 반대하는 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도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민주당 인사는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한다.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데, 당사자가 그러면 방법이 없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 발언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특히 호남쪽이 엄청 컸다. 만약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빠질 것이다. 그러면 내년 대선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사면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여야 정치인들을 묶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전직 대통령 외에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될 수 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가능성이 있다. 형집행정지로 나이가 70세 이상이거나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친 경우에 검사의 권한으로 형의 일시 정지가 가능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허리 통증 등 지병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있고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이 인사는 “올 연말 성탄절 때나 내년 설 전에 형집행정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고령이고 지병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사면에 비해 부담이 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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