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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재킷 미착용 학생에 수업 중 청소지시…인권위 "학습권 침해"

신중섭 기자I 2019.02.28 10:46:07

학교 측 "학생이 스스로 수업 시간 내 청소 선택"
인권위 "다른 선택의 여지 주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사진=인권위)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복장 규정을 1회 위반한 학생에게 수업시간 중 교내 봉사활동으로 청소를 시킨 것은 학습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대전광역시에 있는 A고등학교 교장에게 학교생활규정을 정비하고 담당 업무 교사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B학생의 아버지인 진정인은 교사인 피진정인이 복장불량(교복 재킷 미착용)으로 벌점 1점을 부과하고 수업 시간에 교내 봉사로 청소를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학생은 지난해 4월 복장불량으로 이러한 조치를 받은 뒤 당일 1교시와 2교시에 담당 교사들과 상담하고 3교시에 청소를 하느라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해당 학교 측은 “교복 착용 지도를 하면서 복장이 불량한 학생에게 징계가 아닌 훈계·훈육 차원에서 특별과제로 교내 봉사활동인 1교시 학교 내 청소를 시켰다”며 “학생이 스스로 수업 시간 내 청소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해당 학교의 학교생활 규정은 징계의 방법으로 교내 봉사활동 부과를 규정하고 훈계·훈육의 방법으로도 교내 봉사활동을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복장 규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봉사활동(청소)을 시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훈계·훈육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고 B학생의 경우 수업 중 봉사 활동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징계를 받은 학생과 훈계·훈육을 받은 학생의 과실 정도가 다름에도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학교생활규정 등을 멋대로 적용해 복장 규정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수업 중 청소를 시킨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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