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학술행사 빙자해 리베이트 수십억 뿌린 다국적 제약사

유현욱 기자I 2016.08.09 13:39:41

檢, 한국노바티스 대표 및 전현직 임원 등 6명 불구속 기소
공정위 조사 중에도 리베이트 살포
의약전문지ㆍ학술지 끼고 범행

서울서부지검 입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학술행사를 빙자해 의사들에게 수십 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국적 제약사 대표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 제약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조사를 받는 중에도 의약전문지 등을 동원해 교묘하게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했다.

서울서부지검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변철형)은 자사 제품을 써달라며 25억 9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와 대표 문모(47)씨, 전·현직 임원 등 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학술지 대표 6명과 수천 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챙긴 허모(65) 씨 등 의사 1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 대표 문씨와 전·현직 임원들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 병원 의사들에게 25억 9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3월까지 3년간 7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2011년 9월까지 관련 조사를 벌여 과징금 23억 5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 중에도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고 다닌 셈이다.

리베이트 제공 업체는 물론 이를 받는 의사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되자 더 교묘하게 뒷돈을 주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의약전문지나 학술지 발행업체에 제품 광고비 명목으로 거액을 건넨 뒤 이들 업체가 좌담회 등 각종 학술행사를 열도록 했다. 행사에 초대받은 의사들에게는 ‘거마비’로 30만∼50만원씩 쥐여줬다. 의약전문지가 주최한 행사로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제 참석자 선정과 ‘거마비’ 제공 등은 한국노바티스가 결정했다.

또 의약전문지와 학술지 업체를 끼고 자문위원료나 원고료 등의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100만원씩 뭉칫돈을 건네기도 했다. 한국노바티스가 선정한 의사들이 1년에 한두 차례 형식적인 자문을 하거나 유명 학회지 번역을 하면 의약전문지 등이 한국노바티스에게 받은 돈을 주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의 면허정지, 한국노바티스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윤리 경영을 강조하는 다국적 제약사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