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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대외악재에 경기 둔화 현실로…KDI "경기 회복세 약해졌다"

공지유 기자I 2022.06.09 12:01:28

KDI "공급망 교란·원자재값 급등으로 경기 회복세 약화"
고물가에 가계·기업 부담…우크라 사태에 대외여건 악화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대내외 금리 인상도 리스크"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가까지 크게 치솟으며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상승세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저하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최근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이 부진에서 반등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달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번달에는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국내 경기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제조업이 다소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세를 제약했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3.3%)보다 높은 4.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35.0%)와 의약품(13.2%)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기계장비(-10.2%), 금속가공(-7.5%) 등은 감소하며 증가폭이 다소 축소됐다.

소비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내구재 소비가 부진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서비스업이 반등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4월 소매판매는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의 감소세가 확대되며 전월(2.1%)보다 낮은 0.5%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3.8)보다 1.2포인트 하락한 102.6을 기록했다.
산업별 생산지수.(자료=KDI)
고용 여건도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취업자수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4월 취업자수는 전월(83만1000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돼 전년동워대비 86만5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의 증가세가 완만해졌지만 제조업에서 13만2000명 증가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업도 61만5000명 늘면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공급 측 인플레 압력이 증대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폭도 크게 확대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축산물과 전기·수도·가스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며 전월(4.8%)보다 높은 5.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외식 등 영향으로 3.4%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4.2%)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비스물가도 개인서비스가격(5.1%)을 중심으로 높게 오르면서 3.5% 상승했다.
4월 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도 대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시장금리와 환율도 상승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고채 금리(3년)은 전월 말과 유사한 3.03%를 기록했지만 이번달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예상으로 7일 기준 3.23%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기준보다는 전월 말보다 낮은 1237.2원을 기록했지만 7일 기준 1257.7원까지 상승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대외 여건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하고, 주요국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악화하는 모습이다. 수출은 중국을 중심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되며 증가세가 둔화됐다. 4월 교역조건도 전월(-6.1%)보다 악화된 -1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도 전월에 이어 17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차질이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불안에 대응한 통화긴축으로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수출 제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세계경제 성장세가 약화되고 중국 봉쇄조치의 영향이 반영되며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높은 물가상승세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저하되고, 대내외 금리가 인상되며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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