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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아름다운 `형제경영`,사실은 경영권 분쟁

좌동욱 기자I 2005.07.21 19:49:53

박용오 전 회장 올 초부터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 요구
최근 가족 회의서 회장직 박탈..그룹에서 퇴출 결정

[edaily 피용익 좌동욱기자] 박용성 두산 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게 된 것은 사실상 가족간 경영권 분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오 전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대표는 지난 연말 두산산업개발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두산산업개발이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최대주주인 점을 이용해 두산산업개발을 인수한 뒤 그룹 전체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산산업개발은 지난 연말 기준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 지분을 24.88%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같은 시도가 무산되자 박용오 전 회장은 올해 초부터 지난 10년간 구조조정의 성과에 대한 대가로 두산산업개발을 계열분리해 자신의 가족 명의로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3세대 오너들은 계열분리는 고 박두병 초대회장이 남긴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의 전통에 어긋나는 원칙이라고 거부했다.

◇두산형제간 분쟁 왜 발생했나?

그럼에도 박용오 전 회장이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요구해 오자 지난 18일 두산그룹 오너들이 참가하는 가족회의를 열어 그룹 경영권을 동생인 박용성 회장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게 된 주된 배경은 박용오 전 회장이 계열분리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맡을 당시 두산그룹이 홍보해 온 것과 대조되는 것. 두산그룹은 박용성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맡게 된 이유를 `형제경영`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성 회장도 이를 "왕위직을 한세대가 죽 승계하고 다음 장자로 넘어가 그 세대도 반복되는 `사우디 왕가`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장남인 박용곤 회장, 차남인 박용오 회장, 삼남인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경영권이 승계된다는 것.

박용오 회장은 계열분리 요구가 거부되고 회장직까지 박탈당하자 측근인 손모씨를 시켜 검찰에 두산 오너들의 비리 혐의를 담고 있는 진정서까지 냈다. 손모씨는 안기부 차장 출신으로 박용오 전 회장의 집사 역활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정서는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오너들이 5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백원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전 회장이 이처럼 자기 몫을 찾아 나선 이유는 박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대표를 돕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박용오 회장이 여러차례 두산계열사의 지분을 매각, 장남을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신전자는 통신 장비를 주로 제조 판매 공급하는 회사로 박회장과 특별관계자 5인이 30.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120억원, 2003년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본 이후 지난해 7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퇴출된 박용오 회장 어떻게 되나?

두산그룹은 지난 18일 인사에서 박용성 회장을 그룹의 회장에 선임하고 박용오 회장을 ㈜두산 명예회장으로 추대, 사실상 그룹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표면상으로는 형제간의 우애를 자랑하는 평화로운 회장직 이양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 초부터 갈등이 있어왔다는 후문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회장 이양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지난 봄부터 박용곤 명예회장은 박용오 회장과 그 직계가족들이 선친의 유지인 `공동소유 공동경영`의 원칙에 위배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최근 있었던 회장 이양은 사실상 박용오 회장의 모럴 해저드를 우려해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의도적으로 단행한 것이란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용오 회장은 가문에서 퇴출됨과 동시에 공식 직함인 ㈜두산 명예회장직에서도 곧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임시주총 등을 통해 현재 박용오 명예회장이 법적으로 갖고 있는 (주)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 직을 "몰수"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박용오 회장 가족과 다른 형제들 가족 사이에 표 대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박용오 회장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지분이 0.7%에 불과하는 등 지분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퇴출 과정에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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