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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욕 만드는 뇌 신경회로 발견”..각종 중독 치료 단서 찾아

김현아 기자I 2018.03.15 10:26:00

KAIST, 소유욕을 만드는 뇌 신경회로 발견
해당 신경회로를 통한 동물의 행동 및 습관 조절 실험 성공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동물은 물론 사람도 다양한 사물을 획득하고 탐색하려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소유욕은 본능을 넘어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 중독, 게임 중독 등으로 이어져 우리를 괴롭힌다.

뇌에서 소유욕을 만드는 신경회로를 찾아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전시각 중추 신경회로가 소유행동을 나타내는 모식도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은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라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먹이를 획득 및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물체를 주지 않은 뒤 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MPA(전시각중추)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그 후 광유전학을 이용해 빛으로 MPA를 자극하자 물체 획득을 위해 실험체가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MPA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로 흥분성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해 이를 ‘MPA-PAG 신경회로’라 이름 지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대건, 정용철 박사과정, 김대수 교수, 박세근 박사다.
김대수 교수는 “쥐가 먹이가 아닌 쓸데없는 물체에 반응하는 놀이행동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MPA-PAG 회로를 자극했을 때 귀뚜라미 등의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의 유용한 사물을 획득하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유욕을 이용해 포유동물 행동을 조절하는 MIDAS 시스템 모식도
연구팀은 MPA가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뒤, 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생쥐 머리위에 물체를 장착해 눈앞에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으로 조종하고 MPA-PAG 신경회로를 자극해 생쥐가 눈앞에 물체를 따라가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고등동물인 포유류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 기술로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명명했다.

이필승 교수는 “미다스 기술은 동물의 탐색본능을 활용하여 동물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움직이는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며 “뇌-컴퓨터 접속 기술의 중요한 혁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과 시스템 공학이라는 접점이 부족해 보이는 두 분야가 만나 일궈낸 융합 연구의 사례다.

생명과학 전공 박세근 박사는 전시각중추가 물건에 집착하는 회로라는 것을 밝혔고, 기계공학 전공인 김대건 박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동물 무선제어에 기여를 했다.

공동연구의 중간역할을 한 정용철 박사과정은“서로 용어 조차 다른 신경 과학과 시스템 제어 공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서로가 완벽히 이해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연구했다. 그 시간이 가장 재미있는 과정이자 가장 큰 과제였다”고 밝혔다.

또 “수집 강박, 도벽, 게임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뇌-컴퓨터 접속기술은 국방, 재난 구조 등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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