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근시 치료 이유로 개인택시 1년 휴업 신청했다면?[사사건건]

이연호 기자I 2023.06.22 15:36:21

개인택시 기사 A씨, 관할 구청에 신병 치료 목적 1년 휴업 신청
불허 통보 받자 소송..."업무 처리 계획, 일반 택시 운송 사업자에만 적용"
法 "휴업 판단, 구청장 재량…휴업 불허 통한 공익이 더 커"
"진단서엔 '혈액 순환 문제' 아닌 근시만 기재"...원고 청구 기각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한 개인택시 기사가 관할 지자체에 신병 치료를 이유로 1년 휴업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A씨, ‘야간 시력 저하’ 이유로 휴업 신청했으나 불허되자 소송...“불허 근거 일반 택시만 적용”

22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2부(재판장 신헌석)는 최근 개인택시 기사 A씨가 제기한 개인택시 휴업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구의 개인택시 기사인 A씨는 지난해 1월 말 관할 지자체인 대구광역시 수성구청에 ‘최근 급격한 시력 저하로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야간 시력이 저하됐는데, 원인을 알아본 결과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휴업을 요청한다’는 내용으로 개인택시 운송 사업의 1년 휴업 허가를 신청했다.

수성구는 대구시가 마련한 ‘일반 택시 양도·양수 신고 및 휴업 허가 업무 처리 계획(이하 업무 처리 계획)’에 따라 A씨에게 진단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A씨는 같은 해 2월 9일 자로 발급 받은 의사의 진료 소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소견서엔 “상기 환자는 ‘근시(양안)’로 2월 9일 현재 양안 나안 시력 우안 0.9, 좌안 0.3, 최대 교정시력 양안 각각 1.0인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수성구청은 2월 16일 A씨에게 이 진료 소견서 내용으로는 휴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휴업 허가 신청에 대한 불허가 통보’를 했다.

그러자 A씨는 같은 해 5월 23일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같은 해 6월 27일 그 청구가 기각됐다. 이에 A씨는 불허가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수성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A씨 측은 “행정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그 내용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세부적인 내용을 하위 법령으로 위임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위임해야 하는데, 이 사건 업무 처리 계획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며 “또 그 내용상 일반 택시 운송 사업자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을 뿐 개인택시 운송 사업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업무 처리 계획에서 정한 진단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휴업 허가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대구광역시 내의 택시 수가 과잉 공급돼 있는 등 (피고가) 원고의 휴업 허가 신청을 거부할 만한 공익상의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업무 처리 계획 개인 택시 운송 사업자에 적용 안 돼도, 휴업 판단은 피고 재량”

하지만 재판부는 행정청에 재량의 여지를 준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들을 근거로 이 같은 원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원고의 휴업 허가를 불허한 피고의 재량적 판단이 사실 오인 내지 비례·평등 원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우선 택시 제도 운영 기준에 관한 업무 처리 요령(국토교통부 훈령)과 그에 따른 업무 처리 계획 자체가 문제없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여객자동차법령에 의한 일반 택시 운송 사업 및 개인택시 운송 사업의 면허·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세부적인 사무 처리 기준을 정하고 있는 택시 제도 운영 기준에 관한 업무 처리 요령과 그에 따른 업무 처리 계획 모두 운송 사업자의 휴업 허가 여부를 적정하게 결정하기 위한 기준을 정한 것으로,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주장대로 사건 당시 시행 중이던 업무 처리 계획이 일반 택시에 대한 휴업 허가 기준을 개인택시에도 준용한다는 기재가 없다는 점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 처리 계획이 그 근거로 업무 처리 요령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반 택시 운송 사업과 개인택시 운송 사업 모두에 대한 사무 처리 기준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객자동차법령과 마찬가지로 휴업 허가와 관련해서도 개인택시 사업자들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업무 처리 계획은 개인택시 운송 사업자의 휴업 허가 신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업무 처리 계획이 개인 택시 운송 사업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택시 휴업 허가에 대한 판단은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의 진단서가 원고의 주장인 ‘혈액 순환 문제’를 담지 못하고 있고 진단서의 양안 시력만으로는 그 치료를 위해 1년 간 휴업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얻게 되는 시민들의 교통 불편 예방이라는 공익이 그로 인해 원고가 받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