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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금융안정' 고려한 중립금리 채택…'물가' 고려한 것보다 높아"

최정희 기자I 2024.05.30 13:08:39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최
이창용-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대담
31일 국제컨퍼런스에서 '새로운 한국 중립금리' 발표
스위스 총재 "중립금리 다소 상승했을 가능성 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자본이동 등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를 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물가안정만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다소 높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도 자국의 중립금리가 소폭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라는 주제로 열린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와 대담을 나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 BOK 컨퍼런스에서 정책대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 중립금리,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이 총재는 한국의 중립금리 측정과 관련 “4~5개 정도의 중립금리 추정 모델이 있고 이를 통해 중립금리 레인지를 책정하고 실질금리(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 또는 물가목표치를 제거한 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의 상단인지, 하단인지를 비교해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근원물가 등 다른 주요 지표와 비교해 중립금리 판단의 적정성을 결정한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다만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세가 하락하기는 하나 환율, 경상수지, 자본이동 등 글로벌 요인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추정치가 크게 변동한다”며 “그럼에도 한은의 정책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기 때문에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더 높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한은은 내부적으로 중립금리를 2~3%로 추정해왔다. 이는 금융안정까지 고려하지 않은 중립금리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노동생산성 하락 등을 고려하면 중립금리가 이전보다는 낮아졌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31일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이라는 발표를 통해 새로운 중립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립금리 추정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중앙은행이 이를 과소 또는 과대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요르단 스위스 총재는 강조했다.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채택한 물가목표치가 0~2%로 레인지가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중립금리 추정과 글로벌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과 하락 위험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요르단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지표인 중립금리가 다소 올랐거나 향후 몇 년간 상승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승 위험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1~1.5%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오르더라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현재의 통화정책은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스위스는 3월 정책금리를 1.5%로 0.25%포인트 낮춰 선진국 중에선 가장 먼저 금리를 인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달리 물가목표치를 2%로 단일 목표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는 “이 목표는 단기가 아니라 중기 목표이기 때문에 단일 목표제 하에서도 통화정책이 유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3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정책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위스, 한국 모두 소규모 개방 경제, 환율은 어떻게 하나

이 총재는 요르단 총재에게 스위스 중앙은행이 물가 전망을 발표할 때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 총재는 한은의 경우 물가 전망을 발표할 때 내부 금리 모델을 전제로 제시하지만 그 수치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한은의 물가 전망은 현재의 3.5% 금리가 아닌 시장의 기대치, 내부 모델 등을 고려한 금리로 조정된다는 전제에서 발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르단 총재는 “미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가 전망 경로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긴축할 필요가 있는지,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와 한국 모두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환율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지만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총재는 “스위스 프랑화가 약세를 보여 물가가 오를 위험이 있다면 달러, 유로화 등 외환을 매도해 조정하면 된다”며 “이를 통해 스위스 경제가 물가 상승 위험으로부터 보호됐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요르단 총재에게 작년초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크레디트 스위스 뱅크런 등의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요르단 총재는 “과거에 경험했던 것보다 더 크고 더 빠른 뱅크런이 있었다”며 “은행은 뱅크런에 대비해 유동성 비율을 탄탄하게 만들고 중앙은행에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자산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최선의 준비에도 극단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스위스 의회 등에서 정부가 보증을 통해 중앙은행이 담보 없이도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결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요르단 총재는 유럽과 미국간 잠재성장률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묻는 이 총재 질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유럽 경제에 단점이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 유럽 정치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의사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통화정책을 제외하면 정책 수단이 없다”며 “물가안정을 위해 독립성과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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