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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기에너지 안전고속도로 완공을 기대하며

김형욱 기자I 2023.06.02 16:01:27

위험한 전기에너지 선도로
잘못된 관행 과감히 버리고
안전 선진국 반열 올라서야

[이광직 한국전력 안양지사장] 971명, 855명, 882명, 828명, 874명… 2018년 이후 5년간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 건수다. 우리나라는 안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사고사망인원 비율이 0.43%로 영국 0.08%, 독일 0.07%, 일본의 0.15% 등 해외 주요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보다도 높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태풍 피해로 고장난 전신주를 수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러한 오명을 벗고자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안전의식과 문화를 튼튼히 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업주 스스로 사업장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작업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위험성 평가 중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사업주는 항상 현장을 잘 파악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 위험을 없애거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전 안양지사는 안양시·군포시·의왕시에 거주하는 약 97만 시민에게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매일 20여 건의 크고 작은 전기공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은 근로자가 높은 전주 위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이다. 지상 작업도 높은 전압의 기기를 다루므로 안 위험한 작업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맨 처음 지사장실 문패를 안전경영실로 바꿨다. 지사장이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안전경영을 전파함으로써 전 직원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시공부서에 근무하지 않는 사무직 간부도 안전교육을 시행 후 공사현장 점검에 투입해 안전체계를 촘촘히 다졌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전 직원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안전개선 작업자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안전저금통’ 제도, 떨어짐 및 미끄러짐 사고 방지장치 설치 등을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한전 전력연구원과 협업해 지상변압기 감전사고 예방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올 3월엔 지역 내 안전포럼도 출범했다. 지역 내 동종업계의 안전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안전문화 확산하려는 노력이다. 에너지 생산기지인 GS파워㈜ 안양열병합발전소, 전기 유통을 맡은 한전, 소비자 전기설비 안전을 책임지는 전기안전공사 경기서부지사가 의기투합해 안전을 함께 고민하고 작은 도약을 이루려 하고 있다.

첫 모임에서도 안전만을 주제로 세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며 안전문화를 자리 잡도록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되새겼다. 발전소는 다양하고 과학적인 위험성평가 기법을, 전기안전공사에서는 관련법률과 해외사례를 각각 소개하며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우리 지사는 감전사고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간접활선공법을 현장에서 소개했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에 출근해 매일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업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방에 산재해 있던 위험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가 선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안전을 지키는 안전등대로서의 초석을 다져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민 모두가 안전에 관심을 갖고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안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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