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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의 촉]호남, 이재명 대세론에 날개 달아줄까… 이낙연에 반전 줄까

선상원 기자I 2021.09.06 13:55:58

이재명 중원 승리로 대세론 탄력, 12일 1차 슈퍼위크 공개
이재명 대세론 이어갈지, 이낙연 역전 발판 마련할지 관심
당심에 이어 민심도 과반 가능성 커, 호남서 승부 끝날 수도
실리적 지지로 바뀐 호남 권리당원 선택에 결선투표 갈릴 듯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충북·세종 민주당 순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승기를 잡았다. 민주당 첫 지역순회경선지인 충청도에서 과반을 넘는 압승을 거뒀다. 2위 이낙연 전 대표와는 더블스코어가 났다. 항상 대선에서 캐스팅보팅 역할을 했던 충청지역에서 대세론을 입증한 것이다.

중원 승리로 대세론에 탄력이 붙었지만, 아직도 9차례의 지역순회경선이 남아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 지사가 이번 주말에 열리는 대구·경북과 강원지역 경선, 64만여명의 선거인단 투표결과가 공개되는 12일 ‘1차 슈퍼위크’에서도 대세론을 이어갈지,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과반 득표를 저지해 호남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여부다.

특히 1차 슈퍼위크의 결과가 중요하다. 현재까지 모집된 190여만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64만명의 투표결과가 공개되는데, 여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표심이 녹아있다.

대전·충남과 세종·충북의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에서 드러난 이 지사 대세론이 그대로 민심에서도 재현될지, 아니면 이 전 대표에게 반전의 모멘텀을 줄 지가 드러날 것이다.

이재명, 20만명 호남 권리당원 투표서 과반 득표하면 바로 본선행

대선 후보들은 6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지사는 전날 대구를 찾은 데 이어 이날 강원도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법 제정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경북에 메가시티를 조성해 대한민국의 신제조업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고 정 전 총리도 18세 이하 버스비 면제와 KTX 구미역 신설을 공약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이날 구미를 찾아 일자리 간담회를 가졌다.

정치권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이 지사의 대세론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당심과 민심이 서로 수렴하기 때문에, 권리당원에 이어 국민들의 표심도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1위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여권 지지층에게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이 되고 있다”며 “권리당원 투표라는 것이 전체적인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유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1차 슈퍼위크에서도 이 지사의 대세론이 입증되면, 이 지사는 추석 직후 열리는 호남지역 경선에서 승부를 끝내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하면 결선투표 없이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70만 권리당원의 3분의 1 가까이 되는 호남 권리당원이 이 지사의 손을 순순히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호남 권리당원은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노풍’ 의 진원지도 호남이었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었던 민주당을 심판한 뒤 2017년 대선에서는 60%가 넘는 득표율로 밀어줘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도 호남이었다.

현재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90% 넘게 지지했던 예전의 호남이 아니다. 2016년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도 실리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호남은 28석 가운데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줬다. 민주당은 호남서 참패하며 겨우 3석을 건졌다. 문 대통령 당선 후에 치러진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무려 27석을 석권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규탄 회견하는 이낙연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호남 득표율처럼 60% 넘을 수도… 이재명 40%대 득표 가능성

민주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아니라 실리적 지지로 바뀐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은 정권재창출을 원하지만, 호남에도 도움이 되는 후보를 찾고 있다. 그 후보가 이 지사가 될 수도,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크게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이 지사가 지금처럼 과반을 넘거나, 아니면 2017년 경선 때 문 대통령이 얻었던 득표율처럼 60%를 넘을 수도 있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선전해 이 지사의 득표율이 4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결선투표의 불씨를 살리고 경선에도 역동성을 제공해 흥행을 보장할 수 있다.

호남 권리당원들은 앞으로 1차 슈퍼위크 결과를 본 뒤 민주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등 후보들이 어떤 행보를 하는지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권리당원들에게는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호남은 더 할 것이다. 그간 대선에서 충청도에서 진 사람이 이긴 적이 없다”며 “충청 경선 결과를 본 호남 권리당원들이 이 지사를 세게 지지할 것이다. 이 전 대표와의 표 차이가 더 날 수 있고 못해도 과반 이상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이 재미있고 모든 후보가 완주해야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는데, 이 지사가 너무 앞서가면 중간에 포기하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 그 분수령이 호남경선”이라며 “권리당원들이 이런 지점도 고민할 것이다. 호남의 힘을 보여줘야 다음 정부에서도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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