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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EF 운용사들의 반란…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 석권

김무연 기자I 2019.05.03 11:26:45

롯데카드는 한앤코,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 우협 선정
매각 측 니즈 충족시킨 한앤코, MBK-우리금융 제쳐
JKL, 손보사 인수 의지 강력… 높은 가격 베팅 '승부수'

서울 중구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치열한 물밑 경쟁 끝에 롯데금융계열사의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롯데카드는 국내 수위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의 품에 돌아갔다. 롯데 금융 계열사의 인수우선협상자 지위를 국내 PEF 운용사들이 모두 가져감에 따라 향후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 운용사들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조용했던 한앤코, 롯데카드 거머쥐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 주관을 담당한 씨티글로벌마켓은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지주 등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전체 지분(98.7%) 가운데 80% 정도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가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와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의 우세를 점쳐왔다. MBK파트너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PEF 운용사로 1조원이 넘어가는 롯데카드의 몸값을 마련하기 비교적 용이한데다 카드사에 눈독을 들이던 우리금융지주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맞이했던 탓이다. MBK파트너스-우리금융 컨소시엄의 등장으로 한때 한화그룹의 이탈로 유력 후보로 손꼽히던 하나금융지주가 여론에서 밀리는 양상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I의 존재가 외려 롯데그룹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기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롯데카드 지분 일부를 남겨둔 상황에서 카드 부문 강화를 꾀하는 금융지주사들과의 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각 측 또한 “일부 보도와는 달리 전략적 투자가(SI)와 손을 잡았다고 해서 더 좋은 점수를 준 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여타 SI와의 접촉 없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데다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국내 PEF 중 최대 규모의 자금 동원력을 자랑하고 있어 롯데그룹으로서도 파트너로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롯데 측이 주장하는 고용승계와 이사회 참여 등을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형사의 반란’ JKL파트너스, 롯데손보 우협 선정

롯데손해보험 또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 간의 격전 끝에 JKL파트너의 품에 안겼다. JKL파트너스는 과거 MG손해보험 인수를 염두에 두었을 정도로 손해보험사에 관심이 많았던데다 롯데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운용자산이 국내 2위 수준인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점에 주목해 인수를 적극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본입찰 전까지만 하더라도 JKL파트너스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조(兆) 단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PEF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에 자금력에서 밀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국내 생명보험사를 인수한 대만의 푸본금융그룹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진행된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에 푸본금융그룹이 불참하면서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은 국내 PEF 간의 격전장으로 변모했다. 경쟁자였던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가 몸값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롯데카드에 집중할 때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에 경쟁자 대비 높은 가격을 베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다년간 손해보험 업계를 연구한 경험도 매각 측의 관심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금융 계열사 M&A에서는 원매자의 이름값과 자금 동원력보다는 매각 측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전략이 승리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에서 밀리는 PEF운용사들이라도 대형 운용사나 전략적 투자가(SI)들을 대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만큼 향후 국내 M&A 시장에서 국내 PEF 운용사들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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