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스토킹 살인 격리 못해 안타까워"…경찰, '접근금지 불이행죄' 신설 추진

이소현 기자I 2021.11.29 12:59:29

과태료→형사처벌 상향 조치…피해자 보호 실효성↑
"유치장 유치나 구속 적극 고려하도록 지침 마련"
'월패드 해킹' 입건 전 조사 단계…700건 촬영 피해
'금천 가스누출' 사고, 법인 3곳 등 31명 수사 중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35·구속)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피의자 유치나 구속 같은 실질적 격리 조치(잠정조치 제4호)를 신속하게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사진=공동취재단)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트폭력 신변보호 살인사건에서 수차례 신고를 받고도 피의자 입건 등 조치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남 본부장은 “잠정조치 4호나 신병 구속까지 가기 위해서는 피의자와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재발 우려도 소명돼야 하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여러 신고 내용이나 범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되도록 4호 적용을 우선 고려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상이 공개된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김씨와 과거 연인 사이였다고 알려진 A씨는 이달 7일 이후로 김씨를 스토킹 범죄로 네 차례 신고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및 보복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협박, 특수감금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남 본부장은 “지난 7일 피해자 신고를 받고 조사 과정에서 스토킹 혐의와 협박을 확인했고 재발 가능성 있다고 판단, 스마트워치·임시숙소 제공 등 신변보호 조치를 했다”며 “(범행 당일에는) 접근이나 통신금지 조치(잠정조치 제3호)를 바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경찰은 스토킹 가해 우려자 조치를 위해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를 신설할 방침이다. 현재 과태료 수준인 긴급응급조치 위반을 형사처벌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것. 또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위반하면 반드시 입건해 과태료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재범 우려로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항을 적극 활용해 격리한다. 이를 위해 스토킹 담당 경찰을 현재 64명에서 150명까지 확대해 배치할 계획이다.

신변보호 강화 측면에서는 필요한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제대로 지급하고, 이 기기로 신고 시 기지국 위치값과 와이파이·위성(GPS) 위치값을 동시에 검색해 정확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기지국 위치값만 확인되면 신고자의 주거지와 직장에도 함께 출동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아파트 ‘월패드 해킹’ 수사와 관련해서는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이며, 해킹 영상이 오른 사이트에 영상 삭제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700여건 정도의 촬영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관리 업체와 긴밀하게 협조해 살펴 보고 있다”고 말했다.

21명의 사상자를 낸 금천 가스누출 사고 수사에 대해선 “현장 수사와 관계자 조사, 압수수색을 통해서 법인 3곳을 포함해 총 31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며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내달 초·중순께 검찰에 송치한다. 남 본부장은 “제약회사 영업 사원이 영업실적 증빙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상황”이라며 “제약회사 직원과 병원 관계자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