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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신 잇몸’…中기업, 구형반도체로 AI개발 나서

김상윤 기자I 2023.05.08 12:54:47

美제재로 엔비디아 최첨단 AI칩 수입 막혀
구형 반도체 여러개 개발해 AI개발 속도 내
텐센트, 4월에 구형칩 통한 AI 훈련모델 공개
비용 크지만, 성공시 美제재 탄력 대응 가능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이 대중 첨단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IT기업들이 구형 반도체를 활용하면서 고육지책으로 AI(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지만, 미 제재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제재에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두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최신 연구 논문과 관련 분야 직원들의 인터뷰를 종합한 결과 “중국 기업이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구형반도체로 최첨단 AI 개발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일부 실험이 성공한다면 중국 IT회사가 미국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에 반입되고 있는 AI반도체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만든 A800, H800이다. AI연산에 최적화된 최첨단 반도체칩인 A100과 H100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칩이다.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 수출 통제로 A800, H800만 반입이 허용됐다. 추천 알고리즘 등 소규모 AI모델 개발에는 효과적이지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생성형 AI개발에는 A100칩이 5000~1만개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중국 내에도 최첨단 칩인 A100의 재고가 4만~5만개 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제재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은 비축해둔 A100 사용을 가급적 줄이도록 하는 조치를 내부적으로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등 IT기업들은 구형 반도체 3~4개를 결합해 최첨단 반도체가 낼 수 있는 성능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가 나오도록 연구하고 있다. 실제 텐센트는 지난 4월, 엔비디아 H800을 활용한 대규모 AI 훈련 모델을 공개했다.

다만 미국기업들이 AI 대규모 언어모델 훈련에 1000개의 H100을 이용한다면 중국기업은 3000개 이상의 H800을 써야 한다. 여러 반도체를 조합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AI 개발에 나서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HPC-AI 테크라는 AI 인프라 회사를 운영하는 싱가포르국립대 양 유 교수는 “부득이하게 구형반도체를 여러개 결합해 AI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같은 접근법은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제재 속에 중국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여러 반도체 조합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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