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일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 직속으로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새로 만들고 김종호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사장)을 실장에 위촉했다. 김 사장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장과 글로벌기술센터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삼성전자가 김 사장을 신임 글로벌품질혁신실 실장으로 내정한 것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에 따른 자사 제품 전반에 걸친 품질 혁신의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 사장이 제조분야 최고 전문가로 세트사업 전반에 걸친 품질과 제조 혁신 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김 사장이 비록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전자 계열사가 아닌 삼성중공업 소속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계열사 자율경영의 신호탄이 된 전영현 삼성SDI 사장 내정의 경우 같은 전자 계열이라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인사를 진행한 것이 자연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애초 삼성물산(028260)이 총괄할 것으로 점쳐졌던 중공업 분야 사장을 전자로 이동시켰기 때문에 미전실 해체 이후 사장단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종호 사장은 세트제조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이라 삼성전자에서 삼성중공업 측에 영입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권오현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제품 품질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를 했고 사장급 조직을 새로 만드는 일이라 연초부터 준비해온 인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위촉’이란 표현을 쓴 이유도 그룹 개념이 소멸돼, 계열사 간 전보 인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미전실 공식 해체 바로 다음날 나온 이번 사장단 인사가 사실상 삼성전자가 전 계열사를 총괄하는 구도의 신호탄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결국 삼성도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핵심인 삼성전자가 전체 계열사를 조율하고 사장단 인사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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