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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사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물밑 접촉을 하든 문서 교환을 하든 접촉을 해야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고, 그후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공개적인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이 같이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2018년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한 양 총장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북한 전문가다. 2006년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이달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 왔지만, 북한이 이달 초 `핵무력 법령화` 선언을 하면서 남북 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핵우산`을 거론하는 등 `강 대 강` 대치로 흘러가고 있다.
양 총장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 끊임없이 접촉과 교류를 시도하면서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 총장은 “북한의 `핵무력 정책`과 우리의 `담대한 구상`이 대척점에 있지만, 향후 북미 간 대화나 남북 간 접촉을 통해 접점을 찾는다면 담대한 구상을 실현시킬 계기도 올 것”이라며 “신뢰를 쌓고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2013년 4월, 당시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명시하며 자위적 핵무기를 법령화한 전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 이후에 남북·북미 간 대화가 끊긴 건 아니었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완화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양 총장은 “(북한과의 접촉이) 어렵다면, 북한의 우호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중재자 활용 전략`도 있다”고도 제안했다. 실제로 2003년 8월에 우리나라·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6개국이 모여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의 개방 문제에 대해 논의했었고, 2005년 9월에 북한의 비핵화 및 핵 확산 금지 조약(NPT) 복귀 등을 골자로 하는 9·19 공동성명을 내며 평화 분위기를 찾은 적이 있었다.
다만 양 총장은 “직접적 이해관계에 놓인 남·북·미·중 간 4자 회담이 좀 더 현실적”이라며 “이것이 버겁다고 하면 일본과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 회담도 검토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 미·중 패권 전쟁, 코로나19 극복 등 국제 정세가 혼란한 상황에서 대북 정책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임무가 막중하다. 그만큼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양 총장 생각이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해야 한다. 외교·통일·안보 문제에 있어 가장 객관적인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기 때문”이라며 “대북 정책을 낼 땐, 외교와 안보 모든 것을 총괄하면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NSC 상임위원장은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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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장이 된 소감과 포부가 있다면.
△이 학교가 규모는 작고 역사가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한반도 평화통일 관련 연구와 교육을 충실히 해왔다. 현 남북 관계가 조금 정체되고 대립과 대결로 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일종의 `반전`을 위한 연구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는 `평화`다. 현 단계에서 분단을 극복하는 마중물은 남북 화해 협력이다. 7000만 우리 민족의 염원은 `평화 통일`이다. 평화 협력 통일을 위한 연구·교육의 장이자 확산시키는 전도자로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총평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구상`이었다. 이런 구상에서 펼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전략이었다. 나름 현실적이었다. 다만, 한반도 평화의 문은 열었지만 지속·유지하지는 못 했다는 게 안타깝다. 2018년 상황만 봐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이 효과를 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특사가 오고 가면서 우리 측 특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여러 가지 생각을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했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도 진전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불발되면서 남북·북미 관계에 있어 선순환 한계가 노정됐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해 말 ‘더 이상 우리의 운명을 북미 관계에만 맡기지 않겠다’며 남북 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기면서 자신의 철학적·전략적 입장을 밝혔다. 그것을 이행하려고 했으나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결국은 남북 관계를 복원하지 못했고, 한반도에서 남북·북미 관계 정체가 지속했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성을 평가하자면.
△첫 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얘기했던 부분이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자문자답해야 한다. `멸공`,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등 표현들인데, 주적인 북한을 선제타격 해서 멸망시키겠다는 걸로 느낄 수 있다. 북한과 대결을 하겠다는 거다.
두 번째, 대북 정책 과정에는 통치 행위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평가`의 대상이지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도 평가의 대상이지 조사의 대상은 아니다. 법의 잣대로 한다면, 공무원들이 정권의 눈치만 보고 개혁적이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한다.
세 번째,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도 내용상으로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비핵 개방 3000은 `선(先)비핵화·후(後)보장`이란 선후 관계가 명확했다면, 담대한 구상은 적어도 이것을 선순환으로 보고 있다. 정치·군사 문제와 인도적 협력 부분을 연계하지 않고 분리하겠다는 부분에서도 비핵 개방 3000보다 진전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이 역시 `선비핵화·후협력`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담대한 구상’의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이 촉박해 완성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구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부족한 걸 채워가면서 완성하면 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담대한 구상`은 허망한 망상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이라고 부정적인 반응 보였다. 더 나아가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하면서 비핵화 문턱은 높이고 선제 핵 공격 기준은 낮췄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나, 임기 5년 동안 사용할 정책에 대해 당장 북한이 거부한다고 해서 정부가 바꿀 순 없다.
-북한이 핵무력을 법제화하면서 벽을 더 높이 세우고 있는데.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직접적으로 거부했다고 분석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도 2013년 4월 당시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명시하며 자위적 핵무기를 법령화했다. 그럼에도, 이후에 남북·북미 간 대화가 없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하면서 정세 변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등을 다루면서 조건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측면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핵무력 정책과 담대한 구상이 대척점에 있지만, 향후 북미 간 대화나 남북 간 접촉을 통해 접점을 찾는다면 담대한 구상을 복원시킬 계기도 올 것이다. 물밑 접촉을 하며 신뢰를 쌓고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해법은 `접촉`이다. 물밑 접촉을 하든 문서 교환을 하든 접촉을 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한 이후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공개적인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게 어렵다면, 북한의 우호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중재자 활용 전략`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회담을 아이디어로 제시한다.
△6자 회담도 방법이지만 4자 회담이 좀 더 현실적이다. `하노이 회담`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핵심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 `완전한 비핵화` 세 가지다. 결국 직접적 이해관계에 있는 남·북·미·중이 중심이 돼야 한다. `담대한 구상` 정신이 유지되고 북한이 핵무력 정책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계기를 마련하면 우리 측이 미국과 조율해서 4자 회담을 제안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것이 버겁다면, 일본과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 회담도 검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에 이산가족 당국회담을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권영세 장관의 역할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다. 세부적이고 기본적인 제안을 깔고 갔어야 했다. 남북 간 모든 합의서를 존중한다든지,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 정상 합의를 계승·발전해 그 연장선에서 한반도 비핵평화를 이끌고자 한다고 하든지 말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성명들을 윤석열 정부가 인정하는구나’라고 느끼며 새로운 검토를 할 수도 있다. 이를 생략하고 `인류 보편적인 이산가족` 이런 말만 하니까 북한이 불신을 느껴 거부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역할에 나설까.
△미국이 북미 대화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다가 완화되는 반전의 기회는 늘 있었다. 올해 11월 8일 미국 중간 선거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있을지 조심스레 전망한다. 좀 더 빠르고 폭넓게 가져가기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던지는 대북 메시지도 중요하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합의를 존중한다고 하거나, 북미 간 대화를 하게 되면 서로가 원하는 모든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거나 말이다. 비핵 평화와 관련해 ‘하노이 회담 전에서 시작하겠다’ 정도의 메시지만 보낸다면 북한이 상당히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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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에 나설까.
△4월 이후 핵실험 준비는 끝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서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보는데, 9월이 된 지금도 하지 않고 있다. 보류 배경은 중국의 반대·장마철·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집중 등 세 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선포했고, 9월이 됐으니 장마는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중국의 반대`라는 요인이다. 내달 16일 열릴 중국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회 연임을 확정 짓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도 중국을 고려해 10월 16일 이전에는 핵실험을 하진 않을 거다.
-그럼 언제 할까
△10월 16일과 11월 8일 사이에 할 가능성이 70%고, 11월 8일 이후 연내에 할 가능성이 20%다. 아예 안 할 가능성은 나머지 10%다. 70% 가능성의 배경을 설명하면, 북한의 기술적인 핵실험과 정치적 핵실험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7차 핵실험이다. 북한이 이번 핵무력 법령화를 통해 핵무기의 질량적으로 갱신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반드시 핵실험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 20% 가능성은 연내인데,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중간 선거 결과를 예측해 볼 때 핵실험을 한다 해도 상황을 반전을 시키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핵실험을 해도 공화당이 이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공화당이 이기면 핵실험을 해도 미국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중간 선거 이후 한반도 긴장의 최고점에서 마지막에 핵실험 카드를 꺼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더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할 가능성이 있다. 아예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중국의 반대가 너무 세다든지 북한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핵능력 고도화가 가능하거나 남·북·미가 접촉한 상태일 것이다.
-현 정부에게 충고를 하자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북한에 있다며 백날 책임만 전가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할 말은 다 하면서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건가. 그렇게 되면 `담대한 구상`도 결국은 진정성이 담긴 남북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가 아닌 국내 정치용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남북 관계 전문가들이다. 진보든 보수든 남북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을 땐 반드시 투표로 심판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도 국민이 심판하는 과거의 경험을 소홀히 생각해선 안 된다.
새 정부 출범 후 남북 당국자들의 언행이 거칠다. 거친 언행을 순화한 대북 메시지를 내야 한다. 너무 북한에 대해 일희일비를 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너무 국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합의를 개선·발전해서 얘기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장관이 인권 문제를 강조하면 남북 관계를 하지 말자는 얘기다. 이외에도 얼마든지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전략이 있다. 통일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다.
또 한 가지, 통일부 장관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해야 한다. 외교·통일·안보 문제에 있어 가장 객관적인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을 낼 땐, 외교와 안보 모든 것을 총괄하면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NSC 상임위원장은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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