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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복직시 '원직복귀' 원칙…필요한 대기발령은 '정당'

성주원 기자I 2024.01.04 12:23:38

''종전과 다른 일 가능''→''원직복귀'' 원칙 명시
필요성 인정되고 불이익 없어야 대기발령 정당
대법 "대기발령 남용 방지 요건 제시 의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금까지 대법원은 회사가 부당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종전과 다소 다른 일을 시키더라도 정당한 복직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4일 선고를 통해 대법원은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회사가 복직시키는 경우 ‘원직복귀’가 원칙임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판단기준을 따르기만 하면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정당하다는 의미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날 대법원이 제시한 배치대기발령 정당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보면 △대기발령이 이미 이뤄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돼야 하고, △그것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부당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대기발령을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식의 오해 소지가 있다는 점은 주의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기발령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아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 “배치대기발령, 필요했던 절차…회사도 협의 시도”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오지환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근무한 오씨는 2003년 6월 해고를 당하고 공장 출입이 금지됐다. 이후 현대차(005380)가 오씨를 복직시키면서 배치대기 인사발령을 했지만 이에 불응하고 375일간 출근을 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오씨를 징계해고했다.

오씨는 두번째 해고에 대해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그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료: 대법원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 재판부는 “오씨에 대한 배치대기의 인사발령은 복직 과정에서 오씨의 구체적인 업무를 정하기 위해 이뤄진 필요한 절차로서 합리적이었다”며 “단기간 예정됐던 배치대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것은 오씨의 비협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정당한 인사발령”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정당한 인사발령 및 출근지시에 불응한 무단결근은 취업규칙상 징계해고 사유이고, 해고의 양정도 과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배치대기 인사발령은 현대차가 오씨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고, 예정된 기간도 3주 정도에 불과했으므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고, 현대차는 노동조합의 중재를 통해 오씨와 협의를 시도하는 등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쳤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 2부는 쟁점이 유사한 최병승 씨 사건 상고심에서도 배치대기 인사발령과 관련한 정당성 판단기준을 적용해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 가운데 배치대기발령 중 최씨가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현대차의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나머지 부분은 원심판결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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