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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성장과 함께 한 '더 뮤지컬', 무기한 휴간

장병호 기자I 2020.10.28 11:01:43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2월호까지 발간
2000년 창간…뮤지컬 시장 확대 기여
홍광호·김선영 등 신인 등용문 역할도
"뮤지컬계 큰 손해…어두운 미래 보는 듯"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이 코로나19 여파로 오는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더 뮤지컬’은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더 뮤지컬’이 2020년 12월호(통권 207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휴간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더 뮤지컬’ 측은 “2010년부터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시대로 급변하면서 종이 매체 경쟁력은 전과 달라진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이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적 어려움도 가중돼 휴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 2020년 5월 200호 기념호 표지(사진=더 뮤지컬).
‘더 뮤지컬’은 2000년 7월 창간준비호로 시작해 격월간지를 거쳐 월간지로 자리 잡은 뮤지컬 전문지다. 공연기획사 클립서비스의 설도권 대표가 발행인을 맡고 있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뮤지컬 시장과 시스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창간됐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해온 전문지라는 점에서 뮤지컬계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지난 20년간 국내 뮤지컬에 대한 심도 있는 기획기사로 뮤지컬 시장 외연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뮤지컬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통신원을 두고 해외 뮤지컬 시장에 대한 소식도 꾸준히 전해왔다.

뮤지컬 발전을 위한 담론의 장을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 한국 초연을 놓고 제작사인 일본 극단 시키와 국내 제작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을 당시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비평 문화 형성을 위한 리뷰어 선발, 뮤지컬 스태프들의 활약을 주목하는 기획 시리즈 등도 ‘더 뮤지컬’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홍광호, 김선영, 조정은, 정선아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을 신인 시절부터 소개하는 ‘스타 등용문’ 역할도 했다.

박병성 ‘더 뮤지컬’ 국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더 뮤지컬’은 매호 수익을 내는 잡지는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2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뮤지컬 시장에서 ‘더 뮤지컬’이 차지하는 가치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클립서비스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전환도 검토했으나 잡지로서의 상징성이 없다면 온라인으로 유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뮤지컬계는 ‘더 뮤지컬’의 휴간 결정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더 뮤지컬’은 한국에서 뮤지컬 시장이 형성될 때부터 관객을 결집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라며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기록해온 ‘더 뮤지컬’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뮤지컬계의 큰 손해다”라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더 뮤지컬’의 잠정 휴간은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처해 있는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한국 뮤지컬에 대한 기록을 통해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점검하는 역할을 해온 ‘더 뮤지컬’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국 공연계의 어두운 미래를 보게 돼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 무기한 휴간 안내 이미지(사진=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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