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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도 대선바람..미 IT업계 줄서기

하정민 기자I 2004.04.12 15:50:15

게이츠, 피오리나, 배럿 등 거대IT기업 "부시 편"
케리 측 "실리콘밸리는 원래 민주당 지지"

[edaily 하정민기자]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열풍이 실리콘밸리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지난 1960년 케네디-닉슨 대결 이후 40년만에 가장 치열한 접전이라는 이번 대선과 관련, 미국 정보기술업계(IT)의 `줄서기` 양상도 한창이라고 뉴욕타임즈가 12일 보도했다.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IT업계가 부시와 케리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 여부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금융시장과 전세계 경제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많은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지지했다. 그도 그럴것이 고어는 일찌감치 정보고속도로 개념을 주창,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넷업계 대부`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소 다르다. 일자리 아웃소싱에 비판적인 케리 후보의 정책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고 현재까지의 정치자금 기부금 액수에서도 부시 진영이 다소 앞선다. 정치자금 조사기관 CRP에 따르면 3월 1일 현재 IT업계가 이번 대선을 위해 워싱턴 정가에 뿌린 돈은 총 900만달러 정도다. 이중 54%가 부시 진영에, 46%가 고어 진영에 배정됐다. 부시는 전체 대선자금 모금액수에서도 케리를 단연 앞선다. 현재까지 부시는 무려 1억8000만달러를 끌어모아 790만달러에 불과한 케리보다 배 이상 많은 돈을 모았다. 어느 선거나 조직과 돈, 특히 돈이 승패를 좌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정당에 대한 거액 기부금(소프트머니) 제공을 금지하는 `매케인-파인골드` 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결과다. 한도가 2000달러로 철저히 제한돼 있는 개인 기부금(하드머니)을 낸 사람들의 면면을 봐도 부시 측 인물들의 진용이 케리 측보다 다소 앞선다. 부시에게 하드머니를 기부한 인사들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회장,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 등으로 업계 리딩 컴퍼니의 수장들이 모두 몰려 있다. 시스코의 체임버스 회장은 공화당에도 따로 2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케리를 지원한 사람들은 마크 앤드리슨 넷스케이프 창업자, 스티브 커시 인포식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 밥 엡스타인 시베이스 창업자, 존 톰슨 시만텍 CEO, 셸비 보니 CNET 회장, 크리스 라센 E-론 창업자 등으로 부시 측에 비해서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중 마크 앤드리슨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에 35만달러나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케리의 반(反) 아웃소싱 정책에는 불만이라는 입장을 표하는 등 그렇지 않아도 돈가뭄에 고민하는 케리 진영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케리 측은 이같은 분위기가 선거전 종반으로 갈수록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케리 측 기부금 모금자 고렌버그는 "케리는 IT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며 지난 2001년 이래로 실리콘밸리를 17번이나 방문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케리 지지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라센 E-론 창업자는 "고어의 패배는 치욕적이었다"며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죽기보다 싫어하는 것이 패배"라며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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