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어록이다. 주인공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무명의 정치신인’에서 ‘보수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관련법 강행 처리를 조목조목 반대한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이념공방·막말 없이도 보수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초선 의원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깜짝 ‘히든카드’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주가도 수직상승했다.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지만 윤 의원도 애초 정치입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잃어버릴 뻔했던 ‘흙속의 진주’를 캐낸 3인방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이인실 전 공천관리위원, 나성린 전 의원이다. 이들 세 사람은 힘을 합쳐 경제전문가로 활동하던 윤 의원을 국회에 데뷔시켰다. 윤 의원은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하는 부지런함과 보좌진과 점심을 해결하는 소탈함으로 주목받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연 등 주변 인맥도 화려하다. 아울러 윤 의원의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들도 사회 각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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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의 정치 입문을 도운 3인방 중 인연의 끈이 깊은 인물은 나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81학번)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윤 의원(89학번)과 동문이다. 둘은 한국재정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한국재정학회장을 역임했다. 윤 의원은 2013년 학회에서 이사직을 맡았다. 학회 활동을 하면서 두 사람이 친분을 쌓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 전 위원은 윤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경제학계에 활동했던 인물이다.
윤 의원이 이들 눈에 띤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 활동이다. 윤 의원은 KDI 시절 `포퓰리즘 파이터`(Populism Fighter)란 별명을 얻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일원임에도 현 정부 정책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기 때문이다. KDI 내에서 정부와 대척점에 있던 대표적인 학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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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공관위는 이런 그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총선 전 영입에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윤 의원을 영입하면서 “원칙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학자”라며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失政)의 저격수로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지역구(서초 갑) 출마는 쉽지 않았다. 당장 윤 의원 본인이 지역구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총선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다. 이런 탓에 윤 의원은 비례대표 출마를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과 이 전 위원은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들의 설득에도 꿈쩍 않던 윤 의원을 움직인 건 나 전 의원이다. 김 전 위원장과 이 전 위원은 윤 의원의 학교 선배인 나 전 의원을 조력자로 붙였다. 나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해 19대 때 부산 진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나 전 의원의 선거 경험을 윤 의원에게 이식하는 순간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나 전 의원은 윤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나 전 의원의 사단(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등)이 윤 의원의 선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총선 결과 윤 의원은 63%의 득표율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윤 의원과 나 전 의원 간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윤 의원실을 구성하는 보좌관을 비롯해 대부분이 나 전 의원실 출신이다. 윤 의원을 영입한 김 전 위원장은 “힘들게 영입해서 공천을 받았는데”라며 “더 이상 고맙고 좋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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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5분 연설’ 이후 윤 의원은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저서인 ‘정책의 배신’(2020년 3월 출간)은 덩달아 필독서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청년들이 지금 86세대 권력으로부터 어떤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팔려갔는지 정책의 배신을 읽으면 알 수 있다”며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책을 소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직접 책을 주문했다며 SNS에 인증을 남기기도 했다.
윤 의원에 대한 평가는 대개 공통적이다. ‘매사에 무엇이든 열심히’라면서 인간적인 친밀감도 보인다는 점이다.
한 동료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 간 공부 모임이 있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경제통’으로서 매번 발제나 발표에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하더라”라며 “의원총회에서도 발언 기회를 가져가려고 한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몇 안 되는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는 날카롭고 예리한 시각을 제시하며 촌철살인을 한다”면서 “그러나 사석에서 볼 때나 다른 상황에서는 털털한 편이다. 미디어로 볼 때와는 달리 친근감이 있다”고 했다.
윤 의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 보좌진은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오후 8~9시에는 가신다. 경제 관련 전문가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일찍 오신다고 한다”며 “성격도 털털하신 것 같다. 매일 점심은 거의 의원실 식구들과 드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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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나 전 의원 외에도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인물들과 관련이 깊다.
대표적으로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있다. 윤 의원은 그의 제자였다. 이 교수는 정책 비판에 있어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인물로 유명하다. 일례로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에 대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교수와 윤 의원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이 교수의 TA(수업 조교)로 배정받아 2년 간 활동했다. 이 교수의 퇴임을 기념해 제자들이 쓴 `꽃보다 제자`에서 윤 의원은 이 교수를 “할 수 있을 때가 돼서 떠밀리지 않고 제대로 시작하는 근성”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숙성했을 때 솔직하게 때로는 과격하게 발언한다”며 그런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적었다.
당시 저자 중 한 명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조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윤 의원보다 7년 선배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한 포럼에서 대기업의 글로벌 하도급과 관련해 맞붙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윤 의원의 89학번 동기들은 법·금융·학계·언론 등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동기 중에서 윤 의원과 끈이 있는 인물은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있다. 그 역시 이준구 교수의 `꽃보다 제자` 저자 중 한 명이다. 주 교수는 윤 의원과 같은 한국재정학회에 2014년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전 KDI 시절에는 이수일 현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있었다. 2015년 나란히 발령을 받아 윤 의원은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으로, 이수일 교수는 규제연구센터 소장 겸 경쟁정책연구부장으로 오게 됐다. 이외에도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조두현 추미애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검사)·심일혁 국제결제은행 이코노미스트·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등이 윤 의원의 대학 동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