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신형 말리부는 디자인과 패키징 그리고 가격등의 호평을 받으며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있다. 한층 커진 차체와 풍부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갖춘 올 뉴 말리부는 분명 첫 인상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어떨까? 조금 더 오랜 시간 말리부와 함게 시간을 보내며 그 매력을 살펴보기로 했다.
확신이 필요한 물음표, 올 뉴 말리부의 효율성
말리부 2.0 터보 모델을 받은 후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역시 연비다. 국제 유가는 물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차량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연비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말리부를 시승하면서 연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캐딜락을 통해 만났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니 연료 효율성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마침 부산을 다녀올 일정이 생겼고, 호기롭게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를 확인 할 겸 부산 출장을 말리부 2.0 터보와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출발에 앞서 말리부 2.0 터보는 고출력 엔진에 걸맞은 마음 아픈 효율성을 선보일지 혹은 고출력 엔진에게 기대하는 이상의 효율성을 선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패키징
사실 말리부 2.0 터보를 살펴보면 높은 효율성을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기존 모델 대비 경량화를 이끌어 냈다고는 하지만 반대로 고출력의 엔진을 얹은 것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리부 2.0 터보의 제원을 살펴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을 알 수 있다.
말리부 2.0 터보의 보닛 아래에 자리한 직렬 4기통 에코텍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LTG)은 쉐보레 보다는 다른 브랜드의 엔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이 엔진은 이미 캐딜락 ATS와 CTS에 적용되어 국내 시장에 이미 출시된 상태이며 CT6와 뷰익 리갈 GS, 엔비전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엔진이다.
하지만 효율성 부분에서는 다소 주춤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북미 사양과 달리 6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구체적으로 Gen 3 6단 자동 변속기(6T50)를 채용한 것인데 그나마 Gen 3 자동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이 위안이다. 이 조합을 통해 말리부 2.0 터보의 공인 연비는 10.8km/L를 확보했고,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9.4km/L와 13.2km/L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는 역시 제조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직접 체크를 해보기로 했다.
첫번째 연비 체크를 위해 선택한 주행 구간은 부산 출장을 빌미로 부산으로 정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출발해 도착지이자 숙소인 부산 해운대까지 가는 코스였다. 물론 고속도로를 활용하고 가는 중간 잠시 쉬는 ‘일상적인 주행’을 상정했다. 다만 변수가 있었다면 부산으로 가는 날 오전 일정이 하나 있었고 이를 위해 잠시 용인 스피드웨이를 들렸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용인 스피드웨이로 가는 길은 조금 답답했다. 아무래도 오전, 출근 시간과 겹친 시간의 문제였다. 정체가 예상된 도심 주행이었지만 생각보다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강서에서 노들길을 타고 한강대교에서 강변북로로 넘어가 청담대교를 넘어서 분당내곡 고속도로에 오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서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행사를 끝내고 용인을 뒤로 하고 곧바로 부산을 향한 주행을 이어갔다. 마성 IC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을 시작했다. 마성 IC에서 고속도로에 오른 후 간헐적인 정체가 이어져 부산까지의 여정이 걱정되었으나 여주를 거쳐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오르자 막힘 없이 쭉 뻗은 도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수였을까? 부산 북구에 위치한 만덕동에서 해운대구 우동까지 가는 길은 좀처럼 쉬운 길이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랑 겹친 것도 있었지만 북구과 해운대구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참고로 두 지역의 거리가 제법 멀다는 것 역시 부산 출장 후에 알게 됐다. 정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아 부산 시내에서 1시간 40여 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첫 번째 연비 테스트를 뒤로 하고 1박 2일 동안 이어진 부산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다시 서울로 복귀를 준비했다. 벡스코 인근의 도심에서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출발 시간이 퇴근 시간 직전이었던 만큼 도로 위의 차량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대로 원활하게 부산의 도심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울로 복귀하는 코스는 통상적으로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코스로 선택했다. 부산의 도심을 피해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울산고속도로를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합류했고 그대로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까지 달렸다.
말리부, 기대 이상의 연비를 자랑하다
올 뉴 말리부 2.0 터보의 연비 체크 두 번 모두 주행 구간이나 주행 방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서울-부산 장거리 주행에서 모두 리터 당 17km와 18km를 웃도는 우수한 효율성을 기록했다. 출력도 높은 편이고 8단 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는 등 몇 가지 단점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효율성을 선보였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다음 날은 곧바로 송도에서의 일정이 있던 날이었다. 이에 이른 오전부터 서울을 떠나 송도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출근 시간이었지만 주말이었던 만큼 교통량이 많지 않아 송도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수월했다. 역시 서울 강서에서 출발한 말리부 2.0 터보는 화곡동을 지나 신월IC를 통해 경인고속도로에 올랐고 지체 없이 송도를 향해 달렸다.
올 뉴 말리부는 출시부터 몇 가지 놀라움을 전해줬다. 처음에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에 한 번, 그 다음에는 2.0 터보 모델의 우수한 출력과 경량화에 한 번 그리고 사전 계약이 시작되면서 체감할 수 있는 폭발적인 인기가 그것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출중한 출력과 여유로움을 갖췄음에도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