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 “원자재가·환율 외부변수인데…위·수탁 싸울 필요없다”

김영환 기자I 2024.06.07 16:23:41

납품대금연동제 1호 동행기업 해성디에스에서 간담회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 법제화 이전부터 제도 운영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 투입해봐야 경쟁력 나오지 않아”
위탁기업, 안정적 원재료 확보…수탁기업, 경영 예측 가능성↑
중기부, 연동 약정 체결 지원사업 등 납품대금 연동제 적극 확산 추진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LME(런던비철금속거래소. London Metal Exchange) 시세든 환율이든 모두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생 변수입니다. 여기에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봐야 경쟁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조병학 해성디에스(195870) 대표는 7일 납품대금연동제를 두고 “안 할 이유가 없는 좋은 제도”라면서 이 같이 예찬론을 펼쳤다. 해성디에스는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협력사와 협의를 통해 니켈, 구리와 같은 원재료의 가격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온 기업이다. LME는 세계 비철금속 거래의 지표로 활용된다.

조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해성디에스 사무실에서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해 “기술 회사는 품질, 수율, 원가로 승부해야지 외생 변수로 싸울 필요가 없다”라며 “(납품대금연동제는) 상생·협력을 대표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리드프레임 생산업체로 삼성전자(005930)를 주거래처로 두고 있다. 지난해 66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설비 투자를 마무리해 오는 2028년 1조6000억원 대의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해성디에스는 납품대금연동제 확산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23년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약 50% 수준이던 납품대금 연동 비율은 현재 66%까지 높아졌다. 연동되지 않는 34%도 수탁기업에서 원재료 등 공개를 꺼려해 진행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동주 해성디에스 경영지원본부 이사는 “납품대금연동제를 적용한 기업을 늘렸다기보다는 원자재가가 오르면서 연동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며 “오히려 이 수치는 연동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밸류 체인에서 후공정을 맡고 있다.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패키지 내 칩을 지지해주는 리드 프레임이 대표 제품으로 자동차 반도체 등에 널리 활용된다. 적은 양의 금속·약품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PPF 도금기술에서 세계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1993년부터 해성디에스와 거래한 신풍금속의 이승환 대표이사는 “93년에 팔라듐 납품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격이 80달러(온스)가 채 안 됐는데 주생산지인 러시아에서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90년대 말 12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라며 “연동제를 하지 않았다면 안정적인 팔라듐 공급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PPF 기술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팔라듐은 지난 2021년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올랐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오 차관은 납품대금연동제 확산을 위해 정부 차원의 ‘연동 약정 체결 지원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연동 약정 체결 지원사업은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게 주요 원재료 원가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원가분석에 전문성이 있는 10개의 전문기관이 업무를 대리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55개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결과 현장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여 올해 지원 기업을 1000개사로 대폭 확대한다.

오 차관은 “납품대금연동제가 갑을관계로 보면 ‘제값 받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반도체처럼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에 있어서는 위탁기업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고 협력사 입장에서는 원재료 확보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서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위탁기업이 의지가 있어야 수탁기업도 따라갈 수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연동제 참여) 위탁기업을 500여곳 확보했다”라며 “수탁기업입장에서도 공개할 건 공개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강화된 현장 지원을 통해 납품대금 연동제를 현장에 안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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