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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주택시장 고평가됐다…가계부채, 정부와 긴밀 협의"[일문일답]

하상렬 기자I 2023.09.14 13:40:09

한국은행,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간
"급여 26년 모아야 주택구입 가능…고평가 사실"
"통화·거시건전성 정책 조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금융당국 대응 효과 있을 것…시차 있을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과거 시계열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열린 ‘2023년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주택시장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주택시장이 고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율은 26배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소득을 26년 치 모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단 뜻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으로 연결된다. 이에 대해 이 부총재보는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전날(13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부총재보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요인을 보면 기본적으로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주택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며 “이 과정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라던지 일부 은행 상품이 대출금리나 한도 면에서 증가요인으로 작용했기에 전날 조치도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주용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사진=한국은행 제공)
다음은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방홍기 통화정책국 정책기획부장 등과의 일문일답이다.

-부동산시장, 아직도 경착륙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가.

△(이상형 부총재보) 주택시장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있어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시장이 고평가돼 있다는 말로 대신 전하겠다.

-현재 집값이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율이 26배를 기록했다.

△(홍경식 국장) 우리나라 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율이 26배라는 것은 연간 평균 가계소득을 26년간 모아야 주택가격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에 고평가돼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에 대한 적정 수준은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 평균이나 다른 나라 수준 등 추세적으로 비교했을 때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통화정책을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과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 당시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가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부채 대응을 위한 금리인상은 없다고 한 것 같은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는 긴축 수준을 길게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이상형 부총재보) 그간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담을 두고 긴축적으로 유지됐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지난해말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상당폭 완화됐는데, 그 결과 금융시장 불안은 완화되고 주택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 반면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예상보다 확대됐다. 금융불균형이 상당히 누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비율이 더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최근 경기나 물가, 가계대출 상황을 포함한 금융불균형을 고려해 상당 기간 긴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가계대출 증가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해 나가야 한다. 전날 금융당국에서 나온 정책도 이같은 차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날 나온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움직임이 있다면 정부와 한은이 긴밀히 협력해 다른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

-한은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발언이 없는 것 같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완화 정책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제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상형 부총재보)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어떻게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도 금융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2대 주주로서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고 있다는 말씀드린다.

-팬데믹 이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반대로 움직였다고 평가하는가.

△(이상형 부총재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목표가 반드시 같은 수 없다. 각각의 목표가 있고 공동의 목표가 있다. 정책 여건, 금융시장 환경 등에 따라 어떤 문제가 시급히 필요한지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 정책 일관성 측면이나 시급성 측면에서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정책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화롭게 판단해 나가야 한다.

△(방홍기 부장) 과거 여러 나라를 실증분석한 결과 금융불균형이 누증될 수록 성장이 제약되는 부분은 학계에서 많이 연구돼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금융시스템 레버리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생각해야 한다. 자기 자본 대비 유동성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는 레버리지가 상호 연결성을 통해 확정돼 있는지다. 그런 비율이 높을수록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기관별 대응이 어렵다.

-금리인상기 금융불균형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이상형 부총재보) 10여년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운영 과정에서 금융불균형이 완화되지 않고 누증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거시건전성 정책은 지난해말 금융시장불안과 주택시장 경착륙에 1차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예상보다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 정책 효과도 있고 조금 다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특정 한 면만 보고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조합이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냐는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정책 조화기 시작된지 얼마 안 됐기에 판단이 이르다.

-최근 가계대출 상승과 주택가격 상승이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합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가.

△(이상형 부총재보) 뉘앙스가 다르다. 긴축기조 강화 과정에서 불안이 나타난 부분들이 있지 않겠나. 거시건전성 정책 완화라는 것이 그런 불안을 일부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되겠고, 가계부채 증가 측면에서 보면 통화정책과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전세 보증금 대출 등 미시정책과 거시정책 간 상충된 면이 있지 않은가.

△(홍경식 국장) 우리가 미시정책을 펼쳤던 이유 자체가 근본적으로 금융불균형이 쌓여 시장이 불안했던 것이기에 중장기 시계로 봤을 때 정책적 일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거의 없었던 나라이기에 경각심을 갖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난해말처럼 시장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면 미시 대응이 중요한 부분이 있다. 결국 일관성 있게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국지적으로 나오는 문제를 미시적으로 대응하되, 거시적 흐름에서 금융불균형을 제어하려는 것에 대해서 상충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검토가 필요하고, 정책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고 그런 시점에 대해선 정부도 의견을 같이한다. 전날 금융위 조치도 그런 인식 공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날 금융당국의 대응책이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이상형 부총재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요인을 보면 기본적으로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주택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이 과정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라던지 일부 은행 상품이 대출금리나 한도 면에서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조치도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주택거래 관련 자금 수요 시차가 2~3개월 정도 있기에 시차를 두고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경식 국장)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금융위에서 나온 부분은 주택시장 상승 기대 중 공급 측면에서 그 기대를 꺾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기대를 꺾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여러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금 수준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면 그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 조합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런 노력을 정부와 협조해 가면서 잘 해나가고 있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장기 과제라고 했다. 어느 정도 시계를 의미하는 것인가.

△(이상형 부총재보)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점진적으로 금융불균형 정도를 낮춰가겠다는 것이다.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이 레버리지 확대 배경과 관련해 시장금리 수준이 정책 의도보다 긴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관련 부서는 정책금리가 긴축적 수준이라 답변했는데, 시장금리는 정책의도보다 긴축적이지 않다는 의미인가.

△(홍경식 국장)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낮아 대출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준금리는 저희가 결정하지만 시장금리는 시장의 기대로 형성된다.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등 미국 국채금리 수준에 따라 많이 변화한다.

△(방홍기 부장) 2년간 돌이켜보면, 시장 기대와 중앙은행 정책 사이 괴리가 조정되는 게 반복되고 있다. 아직 금리인상 기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 본다.

-기업부채 쪽도 증가세 지속되고 있다. 기업부채도 가계부채를 걱정하듯이 걱정해야 할 상황인가.

△(홍경식 국장) 코로나19 이후도 그렇고 그 이전부터도 기업부채가 많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구체적으로 봐야한다. 과거부터 공공부문(공기업) 부채가 커진 것이 있고, 최근들어 팬데믹 이후 부채 상환 유예 정책들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가계와 기업은 다른 면이 있다. 가계는 대부분 주담대로 동질적이기 때문에 대책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기업은 법인마다 이질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포워드가이던스 관련해 현 기준금리 수준(3.5%)에서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상징적 의미에 그치는 것 아닌가.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불균형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한다는 발언에 시장이 적응한 것 아닌가.

△(이상형 부총재보) 가계대출이 증가한 요인에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주택시장 상황, 향후 금리전망, 주택공급에 대한 예상 등이다. 아무래도 통화정책은 금융불균형이나 가계부채 만을 보고 운영할 수 없다. 성장이나 물가, 금융안정 등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

△(홍경식 국장) 향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인지하기보단, 기준금리가 올라가야 할 압력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 시장이 믿느냐 아니냐는 접근은 아니다. 여러 가지 고려할 상황, 여건 자체가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기간이 어느 정도인가.

△(이상형 부총재보) 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높은 금리 수준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 등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들으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적인 고금리 환경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다.

-지난 5일 블로그를 통해 향후 물가경로가 평탄하진 않지만 기조적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선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톤 조정’이 왜 이뤄진 것인가.

△(이상형 부총재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나왔는데,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때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지 않는다. 물가 전망에 있어서도 9월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0월 이후 3% 안팎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 변함이 없다. 저희가 걱정하는 부분은 최근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고, 농산물 가격 흐름이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불확실한 요인이 있기에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이다.

빚으로 버티는 가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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