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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머크 대표 “韓, 육아휴직 등 제도 좋지만…편히 쓰는 문화 아쉬워”[ESF2024]

유진희 기자I 2024.06.20 15:00:30

하만 대표, 저출산 해결 위한 기업역할 역설
정부 인센티브·인재 확보와 관리 등으로 이익
국가 성평등 순위 한국 146개국 중 105위
경영진부터 제도 적극 활용해야 문화 바뀌어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한국은 육아휴직 제도 등 일·가정 양립 정책만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됐다면 이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누구나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하만 대표, 한국머크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 역할

그는 2022년 11월 한국머크 대표 선임 이후, 이 회사의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서울특별시의회 저출생 인구절벽 특별위원회가 글로벌 기업 중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으로 한국머크를 선정했을 정도다.

이날 하만 대표는 이데일리 전략포럼 3일 차 5세션인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토론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업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와 한국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육아휴직 등 한국에서는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존재하지만, 마음 편하게 쓰는 문화는 정착하지 않았다”며 “쓰는 사람이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지, 경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등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회사 문화가 조직원의 마음이 이러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머크가 정답이라고 할 만큼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나 마음 편히 일·가정 양립 정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며, 기업에 앞서 한국 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하만 대표는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성평등 순위로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를 기록했다”며 “일본이 125위라 위로를 받는다고 하겠지만, 이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이다. 지난해보다 0.010 떨어져 99위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여섯 단계 하락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분야별로 보면 경제는 참여와 기회 부문에서 114위, 교육은 성취 부문에서 104위에 머물렀다.

하만 대표는 기업이 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 정책의 실천은 정부 인센티브, 인재 확보와 관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기업에도 많은 이점이 된다”며 “더불어 구성원이 가정을 꾸린다는 데 안심할 수 있어야 일의 능률도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오른쪽)가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 표창장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특별시의회 저출생인구절벽 특별위원회)
한국머크, 난임 지원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

하만 대표는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한국머크의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그는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기본적인 가족친화적인 제도에 더해 우리는 난임 지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한국머크의 주요 직책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은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해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직원 건강검진에 ‘난소나이 검사’를 도입했으며, 지난 1월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가임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재직 중인 모든 직원과 그 배우자는 난임 치료뿐 아니라 가임 능력 확보를 위한 예비검사 및 생식세포 냉동 등의 항목까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만 대표는 마지막으로 경영진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1~2번은 재택근무를 하고, 작은 일이라도 가정에 일이 있으면 쉴 수 있도록 한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 바이오파마는 난임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난임 전문기업이다. 호르몬 치료제부터 배아 배양기 등 난임 치료 전반의 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500만명 이상의 아기 탄생에 기여해왔다. 하만 대표는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에서 머크 바이오파마의 제너럴 매니저로 근무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법인 대표를 지냈다.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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