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료 유지명령…전공의 기본권 침해 논란(종합)

이지현 기자I 2024.02.27 14:05:25

29일 최후통첩에도 전공의 현장 이탈 계속
정부 강경 대응 기조 속 특례법 추진 속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공의들의 진료거부가 8일째다. 하지만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전공의들의 이탈은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진료유지명령을 통해 이들의 복귀를 다시 권하고 의사단체가 요구해온 특례법도 빠르게 추진키로 했다.

진료 유지명령…기본권 침해 논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명령 예정인 1개 병원을 제외하고 주요 99개 수련병원 서면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09명이나 됐다. 소속 전공의의 약 80.6%나 된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939명(소속 전공의의 약 72.7%)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사흘째인 2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날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고 72.3%인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병원에 1개소 줄며 사직전공의 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탈률 자체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일부 병원별로는 꽤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있다”면서도 “복귀라는 게 현장에 다시 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업무복귀를 통보한 상태다. 우선 전공의 수 기준으로 51위부터 100위까지 50개 수련병원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해 근무지 이탈자를 확인할 계획이다.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한다.

전날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수련병원과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진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가능한 명령이라며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판시한 바 있다. 또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의료법’ 제59조에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된 상태다.

박민수 차관은 “전공들이 사직하는 것이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하는데, 기본권이라는 거는 법률에 따라서, 또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내 ‘즉각대응팀’을 신설했다. 즉각대응팀은 지원팀과 현장출동팀으로 구성됐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소방청, 응급의료센터, 경찰 등이 협업해 국민 불편 등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계획이다. 전날 대전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80대 노인이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복지부와 대전광역시, 소방청, 중앙응급의료센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합동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속도…의사들 대못 뽑는다

복지부와 법무부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이날 공개했다. 현장 복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이들의 대못을 뽑아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사진은 27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습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는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안을 마련했다.

발생한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에는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안을 마련했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하면, 필수의료 행위를 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례는 의료사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절차인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서는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는데 드는 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 제정되면, 필수의료 인력의 법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환자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가 신속하게 개시돼, 의료사고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환자와 그 가족이 안게 되는 의료사고 입증의 부담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보호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며 “아직은 초안으로, 논의를 거쳐 보완이 가능하다. 오는 29일 공청회를 개최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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