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할 수 있다 생각하면 이룰 수 있어” 기업가정신 되살리는 현대家 3세들

권오석 기자I 2019.05.08 10:30:38

'재벌 3세' 꼬리표 떼고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뛰어들어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2020년 '제2 마루180' 개관 계획
'체인지 메이커' 발굴·지원하는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

정남이 상임이사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산나눔재단)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던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산나눔재단은 미래 세대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봐, 해봤어?’라는 어록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고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런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은 현대가(家) 3세들이 벤처기업을 육성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발굴·후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남이(36)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와 정경선(33)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CIO)가 그들이다. 이들은 재벌 3세라는 꼬리표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벤처·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지원자로서 업계에 몸담고 있다.

◇“혁신 기업인 발굴해 성장시킬 것”

정남이 상임이사는 지난 25일 스타트업 창업지원센터인 ‘마루180’의 개관 5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섰다. 정 상임이사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의 장녀다. 간담회에서 정 상임이사는 “아산나눔재단이 미래 세대에 투자를 시작한지 9년째”라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었던 할아버지(정주영 명예회장)에 따라서 크게 3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10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출범한 공익재단으로 △청년대상 기업가정신 확산 △청년 창업 지원 △사회 혁신가 육성 등 3가지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정 상임이사는 2013년 1월에 재단의 기획팀장으로 발을 들여 2016년 7~11월 사무국장, 2016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재단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정 상임이사가 재단에 몸을 담은 건, 한국을 대표하는 창업가인 할아버지(정주영 명예회장)처럼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혁신 기업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를 박차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재단에 따르면, 마루180 개관 후 5년간 방문객(스타트업·벤처캐피탈 포함)을 산정해보니 총 77만명에 이르렀고, 마루180의 사무공간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수는 182개로 집계됐다. 마루180에 장기간 입주했던 62개 스타트업들은 팀당 평균 3억 2000만원이던 투자 유치금액이 입주 기간 동안 16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고용 인력은 평균 6명에서 13명으로 2배 늘었고, 입주 기간 중 80% 정도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정 상임이사는 “마루180의 도움을 받은 선배 스타트업들이 후배 스타트업들의 앞길을 닦는 데 도움을 주는 선순환 문화를 정립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연면적 두 배의 ‘제2 마루180’을 추가 개관해 입주 지원 규모를 3배 정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에도 충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몽준 명예이사장까지 참석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마루180의 마루는 산, 180은 생각을 180도 바꿔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며 “청년들에 희망 주는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어려운 소식이 들려온다. ‘왜 기업을 했는지 후회한다’는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에 아산나눔재단은 이 땅의 우리나라 발전에 한몫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 (사진=루트임팩트)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을 돕는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장남이자 정 상임이사와 사촌지간인 정경선 CIO는 2012년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해 대표가 됐다. 루트임팩트는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지원하고 육성해 이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법인이다.

루트임팩트는 소셜 벤처를 설립·운영을 하려는 이들에게 자금은 물론 자문, 공동 업무공간까지 제공한다. 루트임팩트는 서울 성수동에 공유 오피스인 ‘헤이그라운드’를 설립, 현재 이곳에는 70개(500여명 규모) 소셜 벤처가 입주해 있다.

루트임팩트는 2014년 소셜벤처에서 인턴 경험을 원하는 청년을 비롯한 우수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연결해주는 ‘임팩트 챌린저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정 CIO는 같은 해 임팩트 투자사인 ‘HGI’도 설립해 투자까지 시작했다. 2016년에는 소셜 벤처 공용 공간인 ‘디웰 살롱’과 무인 도서관인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까지 운영을 시작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정 CIO는 지난해 말 직접 20명의 체인지 메이커들을 인터뷰해 집필한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정 CIO는 “사회 곳곳에서 노력 중인 체인지 메이커들의 존재와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보며 희망을 갖고,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나름의 답을 찾았으면 한다”고 서문에 밝혔다.

그런 루트임팩트는 올해 허재형 대표(준비위원장)를 중심으로 국내 최초의 소셜 벤처 연대 조직인 ‘임팩트 얼라이언스’ 설립을 목전에 뒀다. 지난해 11월부터 업계 대표 소셜 벤처들이 의기투합했다. 임팩트 조직들이 본연의 미션과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제안함은 물론 복리후생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주된 출범 목적이다. 50개 회원사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200여 회원사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정 CIO는 모 프레젠테이션에서 강연자로 나와 “체인지 메이커들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자기 인생을 건다”며 “더 많은 체인지 메이커들에 응원과 격려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제로 실천할 때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