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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의견거절 분석]②낙관적 예정원가 추정에 회계절벽 우려

김도년 기자I 2016.11.25 12:00:00

해외인프라·플랜트·토목 부문 총예정원가, 5000억 증가…예정원가 늘어 손실 확대
"기말 감사 때 상폐 면하려면 원가 자료 없는 사업장은 손실 인식해야"
"공사기간 길어지는 사업장 미청구공사도 손실 돌변할수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건설·조선사 등 수주기업의 지나친 낙관주의는 대규모 어닝쇼크(손실)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손익 인식에 공사원가에 대한 다소 주관적인 추정이 개입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회계절벽이 발생하기도 한다. 회계전문가들은 그래서 수주기업의 원가 추정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기를 권고한다.

◇총예정원가 낙관적 전망 되레 부메랑...수익이 손실로 인식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해외인프라와 플랜트, 토목 부문에서 추정 총계약원가(총예정원가)가 크게 늘었다. 애당초 추정한 것보다 해외인프라에서는 2448억원, 플랜트에서 1458억원, 토목에서 1041억원의 원가가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발주처와 맺은 공사수주 금액에서 공사진행률(실제투입원가/총예정원가)를 곱해 매출액을 인식하는데 분모인 총예정원가가 늘어나게 되면 공사진행률이 하락해 기존에 매출액으로 잡았던 부분이 손실로 돌변한다. 즉 애당초 총예정원가가 적게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이 앞으로의 손실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게 된다.

한 회계전문가는 “해외 사업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현지 분위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서 총예정원가를 실제보다 적게 추정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분모의 절대 금액이 작다 보니 공사진행률이 빠르게 오르면서 매출실적을 앞당겨 인식하게 되지만 현지 분위기가 바뀌면 총예정원가 변경으로 이전에 잡은 수익이 손실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청구공사 일부 사업장 원가 자료 부재...투자자 손실 잠재

미청구공사 금액이 지난해말 1조7680억원에서 올 3분기 2조원 규모로 늘어난 부분도 위험 요인이다. 미청구공사란 수주기업이 매출액으로 인식은 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아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자산으로 유가나 환율, 인건비 등의 변동으로 갑작스럽게 예상 투입원가가 늘어나면 손실로 돌변할 수 있다.

주의 깊게 볼 대목은 대우건설이 이 미청구공사와 관련한 일부 사업장의 원가 자료를 올해 3분기 검토 과정에서 외부감사인에게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측도 해외 사업장 사정이 여의치 않아 관련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올 3분기 검토보고를 할 때까지 원가 증빙 자료를 구할 수 없었다면 한 분기가 지난 뒤 결산 회계감사를 할 때까지도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이 감사의견마저 ‘의견거절’을 받아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가 되는 길을 선택하진 않으리라고 볼 때 원가 증빙 자료가 없는 사업장은 기존의 미청구공사 자산을 손실로 바꿔 인식하고 감사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는 선택을 하리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손실로 인식하게 되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갑작스러운 회계절벽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중동 3국 국영석유社 발주 현장...부실 가능성 높아

현재 대우건설 사업장 중 공사계약수익이 전체 매출액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장 중 발주처와의 계약상 공사기간이 지난 사업장은 총 10곳이다. 이중 공사기간 연장으로 총예정원가가 늘어나면서 손실이 확대될 사업장이 일부 나올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특히 △준공이 임박한 사업장에 누적된 미청구공사 △과거 손실이 발생한 해외 사업장의 미청구공사 △플랜트 부문의 미청구공사 △해외 수주경쟁이 심화한 2010년부터 2012년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3국 국영석유회사에서 발주한 현장의 미청구공사 등은 위험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계약상 공사기간이 지난 사업장이라도 계속해서 잔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들도 있고 계약별로 모두 사정이 다를 수 있다”며 “투자자 등 제3자가 볼 때는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사업장은 부실이 있으리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 대우건설 2016년 3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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