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는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박 회장이 제기한 법무부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패소 판결을 내린 점을 근거로, 이 부회장 역시 취업제한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부회장의 경우 박 회장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함께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를 지목하며 취업제한 위반 문제를 제기해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에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는 입장을 냈는데, 경제개혁연대는 곧장 이같은 박 회장의 사례를 거론하며 박 장관을 향해서도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낸 터다.
다만 법무부는 박 회장과 이 부회장의 사례는 비교가 어려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11년 변제능력에 대한 적정한 심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에게 회사 자금을 대여해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법무부가 2020년 1월 형사조치를 예고하자 같은 해 2월 취업승인을 신청했다가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박 회장은 이같은 법무부 취업불승인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패소했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금유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서 모두 사임한 상태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서울행정법원의 해당 판결 내용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보편타당한 법감정과 경제정의에 부합한다”며 “박 장관의 발언은 취업제한 규정을 완전히 왜곡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법률이 정한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박 회장 패소 당시 그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였다는 점에서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은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 또는 등기이사의 영향력, 의사 집행력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으로 박 회장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차이에 대해 판례는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 그 등기를 해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이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박 회장은 당시 등기이사라는 점에서 법원으로부터 법무부 취업 불승인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며, 비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에게 이같은 박 회장의 사례를 근거로 취업제한 위반이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지난 18일과 20일 연이어 취재진에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장관은 “무보수, 비상근 상태로 일상적인 경영참여를 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이기 때문에 이사회 참여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