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브로드컴 동의의결, 삼성 피해보상 충분치 않아 기각”[일문일답]

강신우 기자I 2023.09.21 12:00:00

공정위 ‘삼성에 갑질’ 브로드컴 제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191억원
“반도체 분야 법 위반시 엄단”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부품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해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사진=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일련의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하여 LTA 체결을 압박했다.

삼성전자는 LTA를 이행하기 위해 당초 채택했던 경쟁사 제품을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했다. 또한 구매 대상이 아닌 보급형 모델에까지 브로드컴 부품을 탑재하고 다음연도 물량을 선구매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8억 달러의 부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 출시한 갤럭시 S21에 당초 경쟁사업자의 부품을 탑재하기로 결정했으나 결국 이를 파기하고 브로드컴의 것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등 부품 공급 다원화 전략을 지속할 수 없었고 선택권이 제한됐다. 또한 브로드컴의 부품은 경쟁사업자보다 비싸 단가 인상으로 인한 금전적 불이익도 발생했다.

아울러 LTA로 삼성전자의 부품 선택권이 제한되자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들은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겼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부품제조사의 투자 유인이 없어져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상황을 초래했다.

다음은 한기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삼성전자가 최소 1억6000만 달러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러면 과징금 191억원은 작은 것 아닌가.

△공정거래법상 위반 기간, 관련 매출액, 부과율 등에 따라서 과징금이 결정된다. 이번에 적용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 2%가 상한이다. 참고로 2021년 11월 법 개정으로 현재는 상한이 4%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에 적용되는 기준은 상한이 2%였다. 그래서 이 사건은 관련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조항은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이러한 사건은 시지남용과 불공정행위 양 측면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는 것이 일반 원칙이다. 과거 퀄컴 사례 등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행위 모두 해당한다면 둘 다 적용한 바가 있다. 그러나 시지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불공정행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브로드컴 동의의결은 기각됐다. 처음부터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당초 동의의결을 통해서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거래 질서 개선 그리고 피해 보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더 나아가서 브로드컴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이행할 수 있게 해서 경쟁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측면도 함께 고려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브로드컴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은 거래 질서 개선 그리고 피해 보상이라는 부분에 충분치 않아서 기각하게 됐다.

-애초 브로드컴 사건에 대한 동의의결을 결정할 당시 삼성전자는 어떤 의견을 제출했나. 동의의결 개시 과정에서도 위원회에서 동의의결을 기각할 때와 비슷한 의견을 삼성전자가 제시했나.

△(공정위 관계자) 당초 동의 개시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의견) 신청을 하고 저희 심사관에서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별도로 삼성전자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의견을 제출했었던 것은 개시 절차가 개시 결정이 되고 난 이후에 삼성전자가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출했고 잠정동의의결안이 나온 이후에서야 피해구제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공정위 관계자) 의견 수렴하는 절차는 있는데 그때 삼성전자가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따로 공식적으로 자료를 내지 않았다. 다만 동의의결 진행하는 기간에는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브로드컴의 부품 점유율이 70~90%가 넘는데 시장지배적지위남용을 적용하지 않은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이 사건 행위로 인해서 경쟁 제한성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래상대방이 삼성전자, 한 회사에 한정돼 있고 애플 등 되는 시장 참여자에게는 영향을 미친 바가 없다고 봐서 시지남용 조항을 적용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심사관 측에서 판단했다.

-피해보상안이 충분치 않아서 동의의결을 기각했다고 했는데 이번 제재 수준과 단순 비교하면 오히려 동의의결안이 더 나은 구제안 아닌가.

△동의의결하고 정식 사건 처리는 기본적으로 취지나 요건, 효과 등에서 차이가 있어서 과징금이나 상생기금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정위는 피해구제가 부족하다고 봐서 사건 처리를 하게 됐고 결국 사건 처리를 하게 되면 위법행위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동의의결과는 다른 방향의 일 처리가 된다.

-법인 등 고발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법 위반 전력이 없고 또 조사 전반에 협조한 점, 법 위반행위가 생명·건강 등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 각국의 경쟁법제가 상이하고 그러니까 저희가 이번에 법 적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에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가 한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만 적용되는 법제라는 점 등의 이유로 고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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