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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발전 초석' 포스코 포항1고로, 48년 만에 꺼졌다

경계영 기자I 2021.12.29 14:02:50

29일 포항제철소 1고로 종풍식
48년 6개월 동안 쇳물 5520만t 생산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재탄생 예정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대한민국 철강 역사의 산실이자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었던 포항 1고로(용광로)가 48년 6개월 만에 멈춘다.

포스코(005490)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1고로 종풍식을 열었다. 종풍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말한다.

1970년 4월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 후인 1973년 6월9일 1고로에서 쇳물을 처음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항 1고로는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 받아 ‘민족 고로’ 혹은 ‘경제 고로’로 불렸다. 철강협회도 국내에서 현대식 용광로 공법으로 쇳물을 생산한 대한민국 최초의 고로이자 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 상징적 의미를 기념해 첫 출선일인 6월9일을 ‘철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이날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첫 출선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했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포항 1고로와 여기 계신 여러분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준 직원을 격려했다.

고로에서 성공적으로 쇳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 생산했고 이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한 밑거름이 됐다.

포항 1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생산한 쇳물은 총 5520만t에 이른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대를 생산하거나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향후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고자 이외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 운영으로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 작업자가 29일 종풍전 마지막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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