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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박수 또 박수…발레 팬도 함께 신났다

장병호 기자I 2020.11.06 12:19:23

국립발레단 올해 첫 정기공연 '해적'
고전발레 대표작, 단원 송정빈 재안무
노예 설정 삭제…유쾌한 활극 선보여
국립발레단 새로운 레퍼토리 기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4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해적’으로 오랜만에 문을 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발레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발레 팬들의 박수 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웠던 무대에 선 무용수들도 뜨거운 관객의 열기를 느낀 듯 여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마음껏 몸짓을 펼쳤다.

국립발레단 ‘해적’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주역인 콘라드, 메도라, 알리가 2막에서 선보이는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 3인무)가 특히 그랬다. 3명의 무용수가 32회전 푸에테를 비롯해 발레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한 기교를 집대성해 선보이는 장면이다. 발레 갈라 공연에서도 늘 빠지지 않는 단골 프로그램인 ‘해적’의 하이라이트다.

무대에 선 3명의 무용수가 함께 춤을 추고 난 뒤 독무가 이어지자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둣 박수가 쏟아졌다. 발레 공연에서 박수는 보통 무용수의 춤이 끝난 뒤 나오지만 이번 공연에선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 시작할 때마다 박수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그만큼 관객들도 발레 공연을 간절히 기다려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해적’은 영국 낭만시인 바이런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가 아돌프 아당의 음악에 조셉 마질리에가 안무해 1857년 초연한 고전발레 대표작이다이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이자 신작으로 발레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당초 5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해 11월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로 안무 실력을 인정 받은 단원 송정빈이 재안무를 맡았다.

국내에서 ‘해적’을 전막 발레로 만나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원작의 설정 때문이다. 원작은 정의로운 해적이 악덕한 부호에게 노예로 팔려간 소녀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시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낡고 고루한 설정이다. 이에 국립발레단은 ‘노예’라는 설정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3막 구성의 방대한 원작도 2막으로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압축했다. 메도라를 구하기 위한 콘라드의 모험이 부각되면서 한 편의 모험활극 같은 유쾌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주역과 군무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 점도 눈길을 끌었다. 공연의 막을 여는, 원작에는 없던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군무를 비롯해 1막 플로리아나 섬에서 주민들이 펼치는 축제, 2막 해적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해적단의 향연 등에서는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잘 짜여진 호흡이 눈을 즐겁게 했다. 발레가 생소한 관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진행한다.

국립발레단 ‘해적’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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