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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시대적 당면 과제 중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재벌개혁 이슈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4대 그룹 관계자를 만난 직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개별 기업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는 주로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삼지만 광고계열사도 빠지지 않는다.
제일기획의 개별기준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내부 거래 비중이 77.3%에 달한다. 1분기 매출액 2029억원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내부 계열사에서 발생한 매출이 13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73.9%)보다 높아진 것으로 그룹 의존도가 심화됐다.
현대차그룹의 광고계열사 이노션은 지난해 그룹 내 물량을 58.4% 소화했다. 내부거래로만 25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보다 14%p 낮아진 44.8%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그룹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대홍기획의 그룹 물량은 증가했다. 2015년 58.9%에서 2016년 60.3%로 올랐다. 지난해 그룹 계열사를 통해서만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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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과 대홍기획은 상대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제일기획은 오너 일가의 지분 참여 없이 삼성전자가 25.2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대홍기획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6.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순환출자의 형태로 그룹 내 계열사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홍기획은 비상장사로, 나머지 지분을 신 이사장이 재직 중인 롯데장학재단(21.0%)과 롯데쇼핑(34.00%) 등 롯데계열사들이 전부 보유하고 있다.
법적 기준을 충족해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광고 계열사들이 꾸준히 언급되는 배경이다.
오너 지분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광고계열사에겐 부담이다. 최근 공정위가 상장사 기준 오너 지분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이노션은 규제 대상이 돼 오너가의 추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광고 계열사들은 내부 거래 물량을 낮추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내부 거래 물량에 관심을 보이면서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외부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